실제로 청와대와 정부, 국회는 규제프리존 입법 논의를 놓고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소극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우선 청와대는 지방자치단체나 이해당사자 간 민원 홍수를 두려워하는 눈치다. 한 고위관계자는 “원래 규제프리존은 일부 지역들만을 선정해 그 권역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신기술이나 신서비스를 허용하는 시범사업 성격이 강했는데 문제는 규제프리존으로 지정되지 않은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의 불만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규제프리존 지정 지역이 실제 산업분포와 일치할 수 있느냐는 것도 고민거리다. 이 관계자는 “예컨대 A지역을 드론 규제프리존으로 지정했다면 다른 곳에 본사나 생산·연구시설을 둔 드론 기업들이 A지역으로 이전을 해야 하느냐는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며 “그렇다고 기업이나 지자체들의 민원을 들어주려고 여기저기 규제프리존 지정을 남발하면 사실상 전국이 규제프리존화돼 기존의 규제제도들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문제가 생긴다”고 걱정했다.
정부와 국회는 서로 책임을 미루며 핑퐁게임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등은 올 초까지도 규제프리존 도입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듯했으나 이후부터 대통령 탄핵 국면 속에 숨죽이고 있다가 5월 대선 이후부터는 소극적 태도로 돌변했다. 이에 대해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회에서 입법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지난봄 이후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관련 법안 심사를 위한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회 속기록을 보면 규제프리존법 입법 논의는 지난 2월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산하 경제재정소위를 사실상 마지막으로 한 뒤 이후 10개월 가까이 중단된 상태다.
입법논의가 중단 상태인 이유는 당정 모두 지난 정권 대표 정책으로 추진됐던 규제프리존 입법을 새 정권 들어서 전면에 내세우기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이라는 게 국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야권으로서도 당장 정계개편이나 내년 지방선거 준비에 분주한 상황에서 굳이 난도는 높고 대중성은 낮은 규제프리존 문제에 집중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의 분위기라면 적어도 지방선거가 예정된 내년 상반기까지는 규제프리존 입법 작업의 진척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 후에도 추진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혁신성장전략회의에서 ‘스몰딜’ 방식의 규제 혁신을 대안으로 꺼냈는데 이는 규제프리존처럼 방대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대대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한 ‘빅딜’ 방식보다는 논란이 상대적으로 적고 입법 등을 거치지 않고 할 수 있는 미시적인 규제부터 개선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몰딜 방식은 결국 박근혜 정부 때도 규제개선 입법이 막히자 추진됐던 방식”이라며 “그런 식의 규제개선은 지엽적이거나 단편적인 차원이어서 4차 산업혁명과 같이 큰 틀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한 신기술산업을 지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