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예루살렘 이스라엘 수도 인정땐 중동지역 극단주의·폭력사태 부채질"

아랍연맹, 美방침 보도에 경고

중동 지역 22개 국가들로 구성된 아랍연맹은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할 경우 중동 지역에 극단주의와 폭력 사태를 부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의회전문지 더힐 등에 따르면 아랍연맹은 이날 아메드 아불게이트 사무총장 명의로 성명을 내고 “그러한 행동을 취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없다”며 “평화나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고 극단주의를 부채질하며 폭력 사태를 부를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은 “이는 평화에 적대적인 이스라엘 정부에만 유리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르면 오는 6일께 예루살렘이 이스라엘 수도라는 입장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현재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미국대사관을 당장 예루살렘으로 옮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을 유지하면서 텔아비브의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보인다고 미 언론들은 관측했다.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할 경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은 더욱 복잡해진다. 이스라엘 정부와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역시 예루살렘을 수도로 삼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예루살렘은 국제법상 어느 국가에도 소속돼 있지 않다. 지난 1947년 유엔이 예루살렘에 ‘특별한 국제체제’라는 독특한 지위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48년 1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은 예루살렘 서쪽 지역을 수도로 선포했고 1967년 동쪽 지역까지 점령한 뒤 1980년 동서 예루살렘 전체를 이스라엘의 영원한 수도로 규정했다. 이와 관련해 전 세계 각국은 예루살렘에 대한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고 대사관도 이스라엘의 경제수도인 텔아비브에 두고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도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1995년 제정된 ‘예루살렘대사관법’은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도록 했으나 미국 대통령이 국익과 외교적 이해관계를 고려해 결정을 6개월간 보류할 수 있는 유예조항을 두고 있다. 이후 모든 미국 대통령들은 6개월마다 예루살렘으로의 이전 결정을 보류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6월1일 시한이 닥치자 같은 선택을 한 바 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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