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고액권 스위스 1천프랑 지폐…유통 연한 폐지 논의



세계에서 실질 가치로는 최고 고액권 지폐인 스위스의 1천 스위스프랑(한화 110만 5천원) 지폐가 금융 범죄의 표적이 될지 스위스 내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스위스 연방정부가 현행 20년인 화폐의 유통 연한을 폐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는 15∼20년마다 지폐 도안을 바꿔 신권을 발행한다. 구권의 유통 연한은 20년이다. 액면가별로 신권 발행이 마무리되면 발행된지 20년이 지난 구권은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화폐로 인정되지 않는다.

고액권을 집에 보관하거나 범죄에 악용하는 것을 막는 장치다.

스위스 지폐는 1천, 500, 200, 100, 50, 20, 10 스위스 프랑 등 7가지 종류가 있다.

최근 50, 20, 10 스위스 프랑 지폐가 차례로 신권이 발행돼 유통되고 있다.

1995년 발행된 8차 도안 지폐와 신권 3종류만 시장에서 인정되고 1984∼1995년 발행된 7차 도안 화폐는 중앙은행에서 액면가로 교환해준다.

3일(현지시간) 스위스 공영 스위스인포에 따르면 정부는 올 8월 화폐 관련 법률 수정안을 의회에 제출했는데 1976∼1979년 발행된 지폐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 지폐의 유통 연한을 폐지하는 방안이다.

지난주 의회 논의에서 다수인 보수 우파 정당들은 이런 화폐 유통 연한 폐지에 찬성했다.

반면 사회민주당 등 중도 좌파 정당들은 돈세탁이나 탈세, 테러 자금 조달 등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지난해 스위스에서 유통된 720억 스위스 프랑의 지폐 중 62%가 1천 스위스프랑 지폐였다.

반면 싱가포르는 2014년 당시 최고 고액권인 1만 싱가포르달러(한화 806만원)의 발행을 중단했다.

유럽중앙은행도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우려해 내년 말 최고 고액권인 500유로(한화 64만원) 발행을 중단할 예정이다.

국제투명성 기구는 “현금은 흔적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외국에서 스위스 지폐를 탈세, 범죄에 악용할 수 있다”며 1천 스위스프랑 지폐의 발행을 중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런저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스위스에서 고액권 지폐가 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스위스는 온라인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신 등으로 현금 사용 비중이 높다.

매달 납부하는 공과금 등도 지로 용지로 납부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고 비싼 물가 때문에 고액권 유통도 활발하다.

[사진=연합뉴스]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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