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이것만은 바꿉시다Ⅱ]"손실액만 5,000억" vs "노인복지로 봐야"…논란 커지는 노인 무임승차

안전투자 비율 10%대 문제 심각
"의료비 절감 등 편익 커" 반론도
공익 서비스 차원서 정부 나서야



65세 이상 노인 무임승차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전국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액만 5,543억원에 달한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손실액은 앞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로 가다간 경영난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궁극적으로 교통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노인 무임승차 혜택은 단순한 시장논리로만 접근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복지정책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노인 무임승차에 따른 사회적 비용 감소 효과도 상당하다고 주장한다. 현재는 양쪽의 논리가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지만 양측 모두 국민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 국민 안전을 지키면서 국민 복지를 이어갈 수 있는 묘수를 찾아내야 할 때다.




노인 무임승차를 반대하는 쪽은 손실액이 커질수록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 줄어 도시철도 안전이 위협 받는다고 주장한다. 서울메트로의 안전투자예산 비중은 2009년 29.5%에서 2014년 7.7%로 급락했다. 다행히 지난해 13.8%로 조금 회복됐지만 여전히 낮다. 이승우 구의역사고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 안전소위팀장은 “도시철도는 무임수송 비용을 포함한 공익 서비스 지출로 정작 가장 우선해야 할 안전에 대한 투자는 소홀했다”며 “인력과 시설에 대한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대구 지하철 참사 같은 대형사고가 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노인 무임승차에 찬성하는 쪽은 노인 복지의 문제로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고 반박한다. 무임승차 서비스로 고령자의 여가활동이 늘어나 자살하거나 우울증에 걸리는 노인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와 한국교통연구원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자살·우울증·교통사고 의료비 절감 등에 따른 65세 이상 무임승차의 편익은 2,36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 교수는 “고령자가 급속히 늘고 있는 환경에서 무임승차 제도로 노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면 의료비 절감, 자살 및 우울증 감소 등 사회경제적 편익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노인 무임승차 논란이 거세지자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노인 무임승차 제도가 시행된 1981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4%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4%에 달하는 만큼 나이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노인 무임승차는 중앙정부가 만든 제도인 만큼 국가가 책임지고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노인 무임승차 시간을 출퇴근 시간 외로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논란이 있다고 해도 예산 부족으로 국민의 안전이 위협 받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공익 서비스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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