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의 첫 헬스&뷰티 브랜드인 ‘리틀 마마’. 유한양행은 신사업 추진과 R&D 투자 확대, 벤처기업 지분투자 등으로 미래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사진제공=유한양행
유한양행(000100)은 올해 제약업계에서 처음으로 누적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창업한 지 91년이 됐지만 아직도 3년 동안 매출이 30% 커질 정도로 여전히 성장하는 장수기업이다. 유한양행은 흔히 창업주인 고(故)유일한 박사의 ‘정도 경영’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신약개발과 이를 위한 벤처 투자 등 공격적인 경영으로 더 주목받고 있다. 보수적이던 경영기조는 3년 전 이정희 사장이 21대 대표이사로 부임하면서 현금성 자산 5,000억원중 1,500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할 정도로 달라졌다. 이 사장 스스로 “유한양행의 또 다른 100년을 위해 연구개발에 방점을 찍고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무거웠던 주가도 성장성을 바탕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11월 들어 바이오제약주에 대한 기관투자가의 최선호주로 꼽히며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11월 한달 동안 기관은 21만주를 사들이며 주가를 22만원대로 올려 놓았다.
유한양행의 R&D투자는 크게 자체 투자와 오픈이노베이션으로 나뉜다. 자체 투자는 2015년 726억원에서 지난해 19% 늘어난 864억 6,400억원을 썼고, 올해 3·4분기까지 727억원을 투입했다.
2011년 유한양행이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도한 오픈이노베이션은 신약개발 벤처기업에 지분투자하면서 기술을 도입하는 방법이다. 자체 연구조직을 갖는 것보다 고정비나 실패 부담이 적다. 현금성 자산이 풍부한 유한양행이 효율적으로 R&D 역량을 늘릴 수 있는 수단이라는 평가다. 현재까지 15개의 기업에 지분투자 했고 그 중 벤처기업 바이오니아 투자로 나노입자를 통한 차세대 신약 기반기술인 SAMiRNA 활용 면역항암치료제를 연구중이다. 유한양행은 또 미국 소렌토와 합작설립한 이뮨온시아를 통해 면역항암제를 개발중인데 빠르면 내년 3·4분기에 임상 1상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유한양행이 지분 51%를 들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한 항체신약 개발업체인 앱클론과도 3개의 면역항암제를 공동개발하기로 계약했다. 앱클론이 후보물질을 도출하면 임상과 글로벌 사업화는 유한양행이 맡는 구조다.
일각에서는 외형이 커지고 R&D투자가 늘어나면서 영업이익률의 증가세가 그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수출에 대한 우려가 있다.
3·4분기 유한양행 연결기준 매출은 3,787억원으로 전년보다 4.7% 올랐지만 시장 컨센서스(3,838억원)보다 4.4% 낮았다. 영업이익은 220억원으로 전년보다 12.9%떨어졌고 컨센서스보다는 29.3%아래였다.
높은 기대에 실적이 미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원료의약품 수출 부진이다. 유한양행은 자회사인 유한화학을 통해 원료의약품 사업을 하고 있다. 유한화학의 원료의약품을 유한양행이 매입해 상품으로 판매하는 형식이다. 판매 상품 중에는 길리어드의 에이즈치료제 제품군의 원료의약품과 C형간염치료제 제품군의 원료 의약품이 다수를 차지한다. 지난해에는 c형 간염치료제가 전년보다 10%포인트 증가했지만 올해는 환자수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시장이 축소하면서 원료의약품 수출은 전년보다 31%줄었다.
이에 대해 DB금융투자는 에이즈바이러스 치료제 원료의 수출이 늘고 있으며 개발 중인 6~7종의 원료가 임상단계에 접어들어 공급량이 증가하면 매출 하락은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약 개발 외에 임플란트. 헬스앤뷰티, 건강식품도 신규 먹거리로 추진중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4월 임플란트 제조업체 ‘워랜텍’의 지분 35%를 인수해 치과분야에 진출했다. 유한양행은 내부 테스크포스(TF)팀을 갖추고 치과재료, 의료기기, 디지털장비 분야까지 치과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또 지난 5월에는 미래전략실 내 뷰티 신사업 팀을 독립해 뷰티·헬스 전문 자회사 ‘유한필리아’를 세웠으며, 내년 초에는 별도의 건강기능식품 사업부를 만들어 회사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