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경스타DB
‘아이돌=립싱크’라는 단어는 이제 옛말이 됐다. 일명 ‘작곡돌’이라고 불리는 많은 아이돌 가수들이 작사, 작곡, 프로듀싱 등에서 역량을 발휘하며 음악적으로 진화를 거듭해 나가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그룹 비투비 임현식, 세븐틴 우지, 펜타곤 후이, B1A4 진영 등은 최근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다.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작곡돌 네 명의 매력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JTBC ‘아는형님’ B1A4 출연 당시 이상민은 3대 작곡돌을 꼽으며 지드래곤, 지코와 함께 진영의 이름을 거론했다. 그만큼 B1A4 진영은 현재 K팝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아이돌 프로듀서다.
진영은 ‘잘자요 굿나잇’, ‘이게 무슨 일이야’, ‘굿 타이밍(Good Timing)’, ‘롤린(Rollin‘)’ 등 B1A4의 수많은 히트곡의 작사, 작곡을 맡으며 팀의 음악적 방향성을 주도해 왔다.
데뷔 초부터 꾸준히 자작곡을 선보여 왔던 진영이 본격적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6년 3월 Mnet ‘프로듀스 101 시즌1’ 연습생들의 경연곡으로 ‘같은 곳에서’를 선물한 이후다. 곡에 대한 호평과 함께 ‘같은 곳에서’를 부른 팀이 우승까지 하게 되면서 더욱 인기를 얻게 됐고, 기세를 몰아 진영은 또 다른 신곡 ‘벚꽃이 지면’을 선보였다. 이 곡은 시즌 1 최종회 방송 당시 연습생이 함께 불러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같은 소속사 걸그룹인 오마이걸에게 준 ‘한 발짝 두 발짝’이라는 곡 역시 호평을 받으면서 진영은 ‘진토벤(진영+베토벤)’이라는 찬사와 함께 히트 작곡가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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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단독 작곡’이다. 작곡 팀 소속으로 활동하거나, 다른 작곡가들과 함께 공동으로 이름을 올리는 여타 작곡돌과는 달리 진영은 대부분의 곡을 단독 작곡으로 완성하고 있다. 실제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진영이 작곡에 참여한 50곡 중의 상당수가 진영의 단독 작곡이다. 이는 아이돌 가운데서도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놀라운 성과를 거둔 것에 반해 진영이 처음으로 작곡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다소 의외다. 지난해 11월 KBS 2TV 예능 ‘해피투게더3’에 출연했던 진영은 “연습생 때 팀에 뭔가 도움을 주고 싶었다. 회사 사무실에 노트북이 있었는데 여기에 작곡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해봤는데 너무 재미있더라. 하나씩 마우스를 찍으면 음악이 됐다”며 “연습 중에 내가 만든 곡을 몰래 틀었다. 그런데 멤버들 반응이 정말 좋았다. 그래서 회사 사람들에게 들려주니 타이틀곡으로 가자고 하더라. 그게 ‘잘자요 굿나잇’”이라고 작곡에 입문한 계기를 밝혔다.
비록 전문적으로 음악이나 작곡 교육을 받고 시작하지 못했던 작곡임에도 진영의 곡은 상당수 기본 작법에 바탕을 두고 그 위에 사운드와 화음을 착실하게 쌓아 나간다. 작곡 입문 초반에 선보였던 곡들의 부족했던 깊이나 공간감도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나아졌다. 노하우가 조금씩 쌓이면서 작곡 초기에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야 했던 편곡까지 이제는 스스로 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진영의 곡은 자극적이지 않다. 중독성과는 별개로 불필요한 자극을 지양한다. 진영은 서정적이고 아련한 감성을 기반으로 그 위에서 멜로디나 악기들을 다양하게 변주한다. 수많은 걸그룹의 러브콜을 받는 것도 이러한 음악적 경향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작곡가로서 진영의 입지는 두터워 지고 있다. 그동안 착실하게 쌓아왔던 작곡 내공이 2018년에는 또 어떻게 발휘될지 진영의 행보에 기대를 가져 본다.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