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당초 기업의 세 부담을 25%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했던 일본 정부가 감세폭을 더 넓힌 것은 미국·프랑스 등의 감세 움직임이 주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 상하원은 현재 35%인 법인세율을 20%까지 낮추는 세제개편안을 각각 통과시켜 입법조율 절차에 돌입했고 올해 취임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임기 내인 오는 2022년까지 현행 33.3%인 법인세율을 25% 낮추는 등 주요국에서 법인세 인하 경쟁이 촉발되고 있다. 독일과 영국 등 다른 주요국들도 법인세를 내렸거나 인하를 추진하는 등 전 세계 각국은 글로벌 법인세 인하 경쟁에서 자국 기업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실제 일본 정부는 해당 세제혜택이 포함된 생산성 혁명 정책 패키지 원안에 “국제 경쟁에서 충분히 싸울 정도까지 (세 부담을) 내릴 것”이라고 명시했다.
투자와 임금을 높이려는 정부의 구상도 기업들에 인센티브 형태의 감축안을 제시하는 배경이 됐다. 현재 일본은 ‘임금 인상→소비·투자 확대→경기부양’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물가를 끌어올려 경기를 부양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주요국들이 대부분 양적완화에서 벗어나 긴축에 돌입했지만 일본은 낮은 실업률에도 임금 인상과 투자 확대가 뒤따르지 않아 1%를 밑도는 낮은 물가로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도 못 미치고 있다. 정부의 경기부양 수단이 먹히려면 지금까지 활발하지 않았던 기업들의 임금 인상과 투자가 절실하다. 동참폭이 클수록 인센티브를 많이 부여하는 법인세 인하안이 기업 경쟁력 확보에 이어 경기부양까지 노리는 일본 정부의 다음 ‘묘수’로 등장한 셈이다. 신문은 “‘당근과 채찍’ 전략으로 기업의 각종 투자가 경기 부양을 돕게 하고 법인세 인하분이 투자 대신 사내유보금으로 쌓이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라고 평했다.
아베 신조 행정부가 전체 기업들의 법인세율에 크게 손대지 않고 임금 인상 및 투자에 나서지 않는 기업을 세금우대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밖에 일본은 법인세 혜택을 받기 위한 임금 인상률 기준도 종전의 전년 대비 2%에서 3%로 요건을 강화했다. 기준은 엄격해지지만 세 감경폭이 커지는 만큼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할 것으로 일본 정부는 전망한다. 특히 20%까지 인하 혜택을 받으려면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등 혁신기술 투자가 요구돼 미래형 기업들에 혜택이 집중되는 효과도 거두게 했다.
정부의 기업 독려가 호응을 얻으며 니혼게이자이가 실시한 설비투자 동향 조사 결과 일본 기업 1,176곳의 내년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 1990년 이후 가장 높은 평균 15.8%에 달했다.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도 내년 봄 임금협상에 앞서 1월 확정할 ‘노사교섭 지침서’에 임금 3% 인상안을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정부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시작한 가운데 이번 법인세 인하안이 이 같은 흐름을 더욱 촉진하며 일본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경기 부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일본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