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인천시 중구 인천해경 전용 부두에서 해경 등 관계자들이 낚싯배 선창1호를 현장감식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15명의 사망·실종자를 낸 낚싯배 ‘선창1호’의 전복사고 원인이 충돌사고를 일으킨 급유선 ‘명진15호’ 선장의 과실 쪽으로 쏠리고 있다. 낚싯배의 무분별한 영업과 정부의 관리부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4일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급유선 선장 전모(37)씨는 해경 조사에서 충돌 직전 낚싯배를 봤지만 “(알아서) 피해갈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336톤급 급유선은 당시 인천항을 출발해 영흥대교를 지나 평택항으로, 9.77톤급 낚싯배는 영흥도 진두항을 떠나 남쪽으로 각각 항해했다. 이들 선박은 영흥도와 측도 사이 300m가량의 좁은 수로에서 충돌했다. 급유선이 앞서 가던 낚싯배를 추월하려다 배 뒷부분을 들이받았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지점처럼 좁은 수로에서 다른 어선 및 선박을 추월하려면 추월선은 기적 신호 등을 보내야 한다. 현재 낚싯배 선장 오모(70)씨는 실종 상태다. 낚싯배 생존자들은 “급유선이 와서 들이받았다”고 전했다.
선창1호는 지난 2000년 연안자망어업용 어선으로 건조됐다. 배 길이는 13.3m, 폭은 3.7m로 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만들어졌다. 이 배는 2006년 낚싯배로 개조되면서 승선인원이 5명에서 22명으로 늘고 대신 어획물을 싣는 어창이 선실로 바뀌었다. 수익만 추구하는 이런 개조가 이번 대형참사가 일어난 원인이 됐다.
해경은 급유선 선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해경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함께 인천 해경 전용 부두에 입항한 선창호 선내에서 현장감식을 실시했다. 명진호 선내에서 선박 항법장비와 폐쇄회로(CC)TV를 확보하고 과속 여부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했다.
이번 사고가 급유선 등 선장들의 과실로 정리되고 있지만 부실한 낚싯배 안전관리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1995년 개정된 낚시어선업에 따르면 일정 기준의 구명·소방설비를 갖춘 10톤 미만 어선을 확보한 뒤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만 하면 누구나 신고확인증을 발급받아 낚시어선업을 할 수 있다. 이처럼 진입 문턱이 낮다 보니 낚싯배는 지난해 말 기준 4,500척에 이르며 해마다 100~200척씩 증가하는 추세다. 사고가 난 영흥도 해역은 좁은 수로에서 낚싯배를 포함해 매일 수백척이 항해하는 지역으로 사고 우려가 줄곧 제기됐지만 별다른 정부 차원의 대책은 없었다. /인천=장현일기자 hich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