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쌍중단 제안에 文 "先 북 비핵화 진전 땐 논의 가능" 절충안 내놨다

대북압박 위한 中 협조 위해
시진핑 만나 재거론 할수도
트럼프는 군사훈련 제한 부정적
현실화되려면 美 설득이 관건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필리핀 방문 중 북한 비핵화 진전 시 한미 간 군사훈련 제한 등도 논의해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 대규모 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자는 중국의 ‘쌍중단’ 방식 중재안에 대해 ‘선(先) 북핵 비핵화 추진-후(後) 한미 군사훈련 제한 논의’로 변형된 절충안을 역제안한 제스처로 풀이된다.

4일 한 고위 외교안보 당국자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응한 한중 공조 방향에 대해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며 북한의 도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데 있어 (한중 간) 입장이 같다”며 “북한 문제에 있어서는 ‘쌍중단’ ‘쌍궤병행(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병행 추진)’ 제안을 제외하면 입장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이 가운데 쌍중단과 쌍궤병행에 대해 한중 간 입장차가 어떤지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께서 필리핀에서 말씀하실 때 ‘비핵화가 진전됐을 때 여러 가지 중 하나로 논의해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가 언급한 ‘필리핀에서의 말씀’이란 지난달 13~15일 필리핀 방문 시 문 대통령이 중국 측에 던진 메시지로 해석된다. 당시 현지에서 문 대통령은 리커창 중국 총리와의 양자회담,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 정상회의 등을 가진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필리핀 일정에 앞서 이 같은 기조의 힌트를 살짝 내비친 바 있다. 지난달 3일 청와대에서 녹화한 뒤 9일 인도네시아 방문 중에 방영됐던 싱가포르 방송사 ‘채널뉴스아시아(CNA)’와의 인터뷰에서다. 문 대통령은 당시 인터뷰에서 중국의 쌍중단 제안에 대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말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먼저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온다면 그때는 우선 1단계로 핵 동결을 위해서, 그다음 단계로는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를 위해서 우리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어떤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인지, 그 대화 과정에서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문 대통령이 필리핀에서 밝힌 ‘북 비핵화 진전 시 쌍중단 논의 가능’ 발언은 CNA 인터뷰에서 언급한 ‘상응한 조치’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으로 이해된다. 이달 중순 중국에서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대북 원유공급 중단이나 감축을 요청하면서 쌍중단 변형 절충안을 지렛대로 삼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쌍중단 변형 절충안을 협상방안의 하나로 염두에 두는 것은 중국의 전폭적인 협조 없이는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의 기관지로 평가되는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3일자 사평에서 대북 제재 문제에 대해 “중국은 할 만큼 했다”며 추가적인 대북 조치 강화에 암운을 드리웠다. 사평에는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이행과정에서 북중관계에 손상을 입었다는 주장도 담겼다. 이는 지난달 11일 베트남에서 열렸던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북중 간 신뢰가 이미 상당히 손상됐다고 소개한 대목과도 궤를 함께한다.

한미와 국제사회가 아무리 대북 제재와 압박을 강화해도 중국이 원유공급 등의 핵심적 대북지원을 계속하는 이상 북한은 이에 기대어 추가로 핵·탄도미사일 개발을 추진할 수 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일부 외교·정치적 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중국의 협조를 구할 다양한 유인책을 염두에 두고 이를 통해 북한을 ‘최대 강도’로 압박해 대화의 테이블로 나오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당 절충안이 현실화되려면 한미 간 공조가 전제돼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쌍중단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혀왔다. 쌍중단을 변형한 문 대통령의 절충안이 트럼프 대통령의 공감을 얻으려면 해당 방안이 한미동맹 기반과 연합방위태세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양국의 안보이익에 부응함을 이해시켜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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