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개봉한 ‘기억의 밤’은 공존의 시간을 사는 두 남자의 비극적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로 독창적이고 흡입력 있는 스토리가 강점. 납치된 후 기억을 잃고 변해버린 형 유석(김무열)과 그런 형의 흔적을 쫓다 자신의 기억조차 의심하게 되는 동생 진석(강하늘)의 엇갈린 기억 역시 관전 포인트이다.
‘장항준 감독’/사진=: 메가박스㈜플러스엠
최근 삼청동에서 만난 장항준 감독은 “시간을 잃어버린 ‘진석’과 청춘을 잃어버린 ‘유석’두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의 끈은 이어져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같은 대기의 연결로 이어져 있는 우리는 싫든 좋든 서로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며 살고 있는 것이기에” 말이다. 또한 장 감독은 “스릴러라는 장르는 영화의 외피 일 뿐이다. 무엇을 이야기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장르는 도구 일 뿐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앞에 사람들을 집중 시킬 도구가 필요했다. ‘우리 모두의 운명은 안 보이는 끈으로 이어져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상관없는 인생은 없다’는 말이 있다. 시리아에서 2년 전에 죽은 얼굴도 모른 아이가 있다고 했을 때, 그 아이가 나한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을 이해하는가? 세이브더칠드런 광고를 보게된 뒤 후원금 1만원을 눌러요. 그건 분명 나한테 영향을 미친 것이다.”
“유석과 진석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의 인생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게 돼 있다. 또 다른 의미에서 정통 스릴러라기보단 ‘가족의 해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 이야기를 이번 영화에 담았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재미도 있지만 친절한 추적 스릴러 영화라는 점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장감독은 “제 성격이 반영 된 것 같다”며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지론을 전했다.
“천성이 친절한 편이다. 관객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아닌가. 편하게 들어줬으면 했다. 마니아가 보기엔 친절한 점이 마음에 안 들 수도 있지만, ‘이게 맞아’ ‘아니야’ 이러면서 놓치고 가는 건 원치 않았다.”
‘장항준 감독’
“(최근 논란이 된 연예인을 언급하며)살아있는 사람의 표정이 아니더라. 그걸 보며 ‘난 너무 행복하구나’란 걸 느꼈다. 평소에도 가장 행복한 순간의 느낌과 감정을 메모해요.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기록하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 이메일을 저에게 써서 보내거나, 노트에 써놓기도 한다. 우연히 보게 되면 ‘아!’ 맞다. 아하 그렇지.하고 되새기게 된다.
조바심, 초조함, 걱정이 현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우리는 늘 걱정하면서 살고 있다. 감독이란 작업이 기약이 없는 작업이고, 투자. 흥행. 캐스팅과 관련해서도 이런 조바심과 걱정이 날 객관적으로 못 보게 만든다. 하지만 그런 걱정을 내려 놓으니까 이번에 작업하면서 좋더라. “
디테일 장인이라고 불리는 장항준 감독의 마인드는 그 어떤 것보다 단단하고 강했다. 30년 가까이 핀 담배를 3년만에 끊은 비법 역시 디테일한 마인드에 있었다. “담배를 끊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하나 하나 쓰면서 끊었다. 그 이유를 잊어버리니까 글로 쓰는거죠. 남의 이유가 아닌 내가 담배를 끊어야 하는 이유를 7가지로 썼다. 그렇게 디테일하게 쓰고 나니까 팍 끊어지더라. 어떤 약물보다 마인드가 훨씬 세다는 걸 확실히 느꼈다. 담배를 끊으니까 너무 좋죠. 하하. ”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