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소설 ‘반야’를 출간한 송은일 작가가 5일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소설은 웬만한 TV 드라마보다 재미있다고 자부합니다. 소설 속에 드라마틱한 요소가 강렬하다고 할 수 있어요.”대하소설 ‘반야’(문이당) 10권을 완간한 송은일(53·사진) 작가는 5일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역사와 전통 신화에서 이야기를 가져왔지만, 현대적인 언어와 문장을 구사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소설은 앞서 2007년 두 권 분량의 소설로 출간된 바 있다. 이후 작가는 이야기를 더 발전시켜 10년 만에 10권 분량의 대하소설로 완결해 이번에 다시 출간하게 됐다. 국내 문학계에서 여성 작가로 이런 분량의 대하소설을 내기는 박경리의 ‘토지’와 최명희의 ‘혼불’에 이어 세 번째다.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인물만 100여 명, 조연들까지 포함하면 300∼400명에 달한다. 이들의 출생연도와 시간 흐름에 따른 나이 변화 등을 적은 작가의 작업 노트는 20권 분량이라고 한다.
조선 영조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천기(天氣)를 읽는 무녀 ‘반야’를 중심으로 이상 세계 실현을 목표로 하는 비밀조직 ‘사신계’(四神界)와 왕권을 쥐려는 비밀조직 만단사(萬旦嗣) 등의 암투를 그린다. 사신계는 ‘모든 인간은 동등하고 자유로우며 스스로의 의지로 자신의 삶을 가꿀 권리가 있다’는 강령으로 고조선 건국 시기부터 그 맥을 이어온 집단이다. 만단사는 ‘모든 인간은 스스로 간절히 원하는 바 그 모습으로 살아야 하며 그런 삶을 얻을 권리가 있다’는 강령으로 만들어졌지만, 어느 시점에 변질해 권력만을 좇는다.
“10년 전에 두 권을 낼 때는 이야기를 얼추 하지 않았나 하고 원고를 끝냈는데, 이후 더 많은 이야기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2013년부터 이제 그동안 축적되어온 ‘반야’를 써야겠다 싶었죠. 처음엔 5천 매쯤 덧붙여 전체 5권으로 할까 했는데, 몇 년 사이에 제 안에서 굴려온 이야기가 다섯 권 안에 담을 수 있는 분량이 아니더군요. 어차피 다섯 권이나 열 권이나 책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고, 그저 하고 싶은 말이나 하자, 소설 속에서 작가로서 인간으로서 여자로서 놀 수 있는 만큼 다 놀아보자 하는 생각으로 쓰다 보니 10권이 된 거죠. 여기서 일단 멈춘 건데, 언젠가 더 쓸 수도 있겠죠.”
작가는 이 소설이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지금 현실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송은일은 “문투만 옛것을 빌었을 뿐이지 옛날이야기나 역사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이 소설을 쓰는 와중에 세월호 사건이 있었어요. 아주 커다란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는 과정을 보면서 내가 하려는 작업이 결국 현대의 이야기구나, 그렇기에 더 치열하게, 정확하게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