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한 물품을 집안까지 배송해주고 야채·고기 같은 신선식품은 아예 냉장고에 넣어준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과 유통체인 월마트가 최근 시작한 첨단배송 서비스다. 이를 통해 제품 도난·훼손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고 식료품의 신선도에 믿음을 가질 수 있으면 온라인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신용분석 업체인 제스트파이낸스는 대출자의 통화기록 및 소비성향, 소셜네트워크상에서의 활동 등 다방면의 데이터를 분석해 보다 정교한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했다. 금융회사들은 이 모델을 활용해 상환 의지가 강한데도 신용도가 약해 제도권에서 자금을 빌리지 못하는 고객을 확보함은 물론 대출 연체율을 낮추고 수익은 20% 이상 올렸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은 혁신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우리는 오히려 서비스 산업의 혁신을 억누르고 있다. 스타트업인 풀러스가 출퇴근 시간에만 제공하던 실시간 매칭 카풀서비스를 유연근무제에 맞춰 24시간 종일체제로 확대하려던 시도는 불법 논란으로 표류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우리의 서비스 산업 경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서비스 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 미만으로 영국·프랑스의 지난 1990년대(70% 초반) 수준보다 훨씬 뒤처져 있다. 그나마 남아 있던 서비스업 잠재성장률도 2001~2005년 4.3%에서 2006~2010년 3.6%, 2011~2015년 2.9%로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서비스 산업의 낙후는 비단 서비스 산업의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제조업의 성장기반 약화와도 연결된다. 정보기술(IT) 산업 발전과 함께 제조업은 서비스업과 결합해 제품판매 이후 오히려 더 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 같은 선진 제조기업들은 유지보수 등의 대가로 받은 서비스 매출 비중이 46% 수준에 달하고 일본 소니는 부활의 핵심 전략으로 제품 콘텐츠 판매, 서비스 과금 등 순환 비즈니스(recurring business) 모델을 구축해 안정적인 고수익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제품개발 과정에서도 사전에 시장과 소비자의 트렌드를 포착하고 신속하게 반영하기 위해 필요한 연구개발(R&D), 디자인, 시장분석 등 생산 전 단계의 서비스 활동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서비스에 대한 관심과 투자 없이는 제조업의 도약을 기대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서비스 산업은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능화·연결화가 진전되면서 여유시간은 늘어나고 사람들의 자기실현·여가확보에 대한 욕구가 증대되면서 전 산업이 서비스업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사람과 기기 등에 의해 실시간으로 생성된 현실 데이터(real data)가 급증하고 이를 수집·분석해 활용하는 경제활동이 늘어나 신종 서비스 사업도 계속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계도 서비스 산업 발전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1월16일 각계에 제출한 ‘최근 경제현안에 대한 전문가 제언집’을 보면 우리나라의 신성장 기회는 서비스 산업에 있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산업의 진입장벽을 파격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물론 서비스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규제를 풀 경우 기존에 먼저 자리 잡았던 이들의 기득권에 다소 피해가 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모든 것을 투망식으로 막아서는 발전을 이루기 어렵다. 서비스 산업 발전은 큰 틀과 흐름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세계 각국은 이미 서비스 산업을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아 각종 규제를 풀고 육성에 집중하는데 언제까지 우리만 경쟁에서 뒤처져 있을 수는 없다.
정부도 곧 서비스 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한다고 한다. 그간 서비스 산업 육성을 표방해왔지만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보건·의료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은 여전히 진입이 어렵고 연구개발 지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이번에야말로 규제의 기본틀을 혁신수용이 가능한 개방형 체제로 바꾸고 서비스 산업에 대한 일각의 우려와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서비스 산업 발전방안이 나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