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어 프랑스도…분리주의 움직임 거세진다

뉴칼레도니아, 내년 11월 독립 주민투표 실시
코르시카, 선거서 자치권 확대 요구하는 민족주의 연합 대승 예상
해외영토, 유럽연합으로 ‘도미노 효과’ 우려...프랑스의 대처 주목

스페인의 뒤를 잇는 프랑스의 분리주의 움직임./연합뉴스
스페인 카탈루냐에 이어 프랑스령 두 곳에서도 분리주의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프랑스가 민족주의 열망과 분리독립 움직임에 잘못 대처할 경우 사태는 다른 해외 영토나 유럽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프랑스의 정치적 부담도 함께 늘고 있다.

먼저 남태평양의 세계적인 관광지로 프랑스령인 뉴칼레도니아(프랑스어 이름 누벨칼레도니)가 본격적인 독립 절차를 진행 중이다. 자치권 확대의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지방 정계가 합의하는 대로 내년 11월에 독립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시행한다. 프랑스 정부는 이 결과에 따라 주권 이양까지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지난 1일부터 이곳의 지도자들을 직접 만나 이 같은 방침들을 재확인했다.

프랑스가 이곳의 독립 추진을 ‘순순히’ 허용하는 데는 역사적 배경이 깃들어 있다. 남서태평양 멜라네시아에 있는 뉴칼레도니아는 1956년 프랑스에 편입된 땅으로 프랑스로부터 무려 1만7,000여㎞나 떨어져 있다. 프랑스령이지만 뉴질랜드나 호주에 훨씬 가까운 것.

이곳에서는 1985년부터 카나키민족해방전선(FLNKS)을 중심으로 독립투쟁이 시작됐다. 1988년에는 유혈 인질극까지 발생하는 등 소요사태가 커졌다.

그러자 프랑스 정부는 1988년 자치권을 대폭 확대해주는 마티뇽 협정을 맺었다. 이어 1998년에도 누메아 협정으로 추가적인 자치권 이양을 단행했다. 두 협정에 따라 뉴칼레도니아는 2014년 이후 프랑스로부터의 독립을 포함한 정치적 미래를 결정하는 주민투표를 언제든 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뉴칼레도니아는 국방·외교·통화정책과 사법관할권을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 완전한 자치권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지방정부의 공백 사태를 야기한 정치적 교착을 극적 타결하고 새 정부를 구성하면서 독립 가능성이 높아졌다. 프랑스로부터의 독립에 대한 여론은 둘로 나뉜다. 유럽계 주민들은 대개 프랑스 잔류를 바라지만, 원주민들은 독립을 원하는 기류가 세다. 그러나 원주민 중에서도 프랑스 잔류를 희망하는 사람이 많다. ‘아직 독립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거나 ‘프랑스의 영토로 남아 더 발전해야 한다’ 등의 이유 때문이다.


프랑스는 과거에 한 약속들 때문에 독립에 명시적으로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뉴칼레도니아 외에도 카리브해의 과들루프, 마르티니크, 레위니옹, 남미의 기아나 등 과거 식민지 5곳을 해외령으로 편입해 부담을 안고 있다. 자칫 다른 해외 영토들로 분리독립이나 자치권 확대, 본국의 지원 확대요구가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적 사정이 좋은 뉴칼레도니아와 달리 다른 해외령들은 프랑스의 지원 없는 자립이 어렵기 때문에 자치권 확대 요구도 모으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나폴레옹의 고향으로 유명한 지중해 섬 코르시카에서는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자치권 확대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3일 치러진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코르시카 민족주의 연합 ‘페 아 코르시카’가 득표율 45.4%로 예상 밖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 정파는 프랑스에 코르시카의 자치권 확대와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정당들이 모인 민족주의 세력의 연합체다. 1차 투표에서 2위를 한 중도세력은 15% 득표에 그쳤다. 결선투표가 남았지만, 민족주의 세력의 대승이 예상된다.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한 코르시카의 자치권 확대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특히 이번 선거 이후 코르시카의 2개 도(道·데파르트망)와 1개 광역지방(레지옹)이 합쳐져 단일 지방정부가 구성될 예정이다. 내년 1월 지방정부가 출범하면 민족주의 세력이 더욱 강력한 체제를 갖출 전망이다.

그러나 코르시카 민족주의 세력은 프랑스를 상대로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는 것 외에 당장 분리독립을 추진하는 일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도 ‘독립 추진은 당분간 없다’는 말에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코르시카의 새 자치정부를 상대로 자치권 확대 협상을 할 때 민족주의 세력의 요구에 잘못 응답했다가는 자칫 스페인 카탈루냐에서처럼 독립 열망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코르시카는 해외령이 아닌 유럽 내 프랑스의 자치지역이다. 독립 열망이 분출할 경우 프랑스는 물론 유럽연합 전체로 분리주의의 ‘도미노 효과’가 퍼질 수 있다.

전통적으로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를 유지해온 프랑스가 향후 코르시카와 해외 영토의 움직임에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된다. /허세민 인턴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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