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火電지방세 13배 올리자"…공청회도 없이 추진 논란

1kwh당 30전→1원으로 인상추진
법안 통과땐 발전사 稅부담 3배↑
지방 재원 확보 차원이라지만
에너지전환 차질 빚나 정부도 당혹

정부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디딤돌 삼아 신재생으로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야당을 중심으로 LNG를 포함한 화력발전의 지방세를 올해보다 세배 늘리는 법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도 해당 지역구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의 이들 법안이 에너지정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민간기업의 세 부담을 늘리는 방안임에도 공청회 등의 절차마저 거치지 않아 ‘밀실’ 법안 개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5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과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이 같은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이 논의됐다. 정유섭 의원은 LNG를 포함한 화력발전의 지역자원세율을 현행 1kwh당 30전에서 1원으로 올리는 법안을, 어기구 의원은 석탄발전의 세율을 2원으로 인상하는 법안을 각각 대표발의 했다.


화력발전의 지역자원시설세(지방세)는 지난 2011년 도입됐다. 3년간 유예기간을 거친 뒤 2014년 1kwh당 15전의 세금이 부과됐고 그 이듬해 30전으로 오른 뒤 현재까지 이 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이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세율은 도입 5년 만에 667%, 혹은 1,333% 증가하는 셈이 된다. 2006년부터 1kwh당 60전씩 매기기 시작한 원자력발전의 지역자원세는 2015년 1원으로, 1992년부터 도입된 수력발전의 지역자원세는 1원에서 2원으로 인상률이 각각 200%에 불과하다.

세율이 1원으로 오르면 발전사들이 부담해야 하는 세금 부담액도 지난해 대비 세 배가량 오른다. 지난해 5개사가 생산해낸 전력은 모두 26만8,137GWh다. 1kwh당 30전의 세율을 적용해 발전사가 낸 세금은 805억원이었다. 세율이 1원으로 오르면 부담해야 하는 세금은 2,681억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석탄발전에 2원의 세율이 적용되면 623억원(2016년 발전량 20만7,912GWh 기준)이던 세금이 4,158억원으로 6.7배 폭증한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도 큰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정부는 탈(脫)원전·석탄을 달성하기 위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짜고 있다. 이전까지 전력이 몰리는 ‘피크(peak)’ 시간대에만 돌리던 LNG를 24시간 가동하는 기저발전으로 바꾸고 원전과 석탄발전이 빠진 자리를 LNG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로 메우겠다는 게 골자다. 세율이 오르면 민간발전사가 되레 발전을 줄이면서 기껏 올려잡아 놓은 LNG 발전량 목표치 달성에도 빨간 불이 들어오고 전력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높이겠다는 세율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도 없고 민간 기업의 세금을 올리는 법안인데도 심사되는 과정에서 공청회조차 없었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에너지전환을 위해 세웠던 새 정부 에너지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 LNG 발전업계의 걱정도 크다. 한 민간 LNG 발전회사의 관계자는 “현재 LNG발전소의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민간발전사들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1원으로 큰 폭의 지역자원시설세 인상이 이뤄진다면 발전원가가 인상돼 LNG발전사의 손실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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