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더불어민주당,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예산안 및 부수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회에 앞서 함께 정세균 국회의장과 논의하고 있다(왼쪽 사진).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5일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후 밖으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각 당이 받아든 성적표를 놓고 정치권의 득실계산이 분주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여소야대의 불리한 협상 조건에서도 최저임금 지원 예산과 소득세 인상 등 정부 원안을 지켜내며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당도 캐스팅보트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하며 지역 민원과 선거구제 개편 논의 등의 실속을 모두 챙겼다는 분석이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명분과 실리 모두 놓친 ‘빈손 합의’라며 극심한 내부 반발에 직면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번 협상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상당 부분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내년도 예산안의 주요 쟁점이던 최저임금 인상분 보전을 위한 일자리안정자금(3조원)의 경우 야당을 설득해 부대의견을 담는 수준에서 사실상 정부 원안을 관철했다. 야당 모두 시행 1년 유예를 주장했던 소득세 인상도 정부안대로 인용됐고 법인세 인상 역시 과표구간이 상향되기는 했지만 초대기업에 대한 ‘핀셋 증세’라는 취지를 훼손시키지 않았다는 평가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이날 “향후 재정에 지속적 역할이 중요한 만큼 법인세법과 소득세법 개정에 합의한 것은 빼놓을 수 없는 성과”라며 “소득세의 경우 정부 원안이 그대로 관철됐고 법인세도 초거대 기업에 대한 적정증세라는 원칙 내에서 조정을 이뤘다”고 말했다. 협상의 최대 난제였던 공무원 증원 규모의 경우 정부안보다 다소 후퇴하며 1만명 고지가 무너졌지만 증원 불가를 외치던 한국당의 입장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당은 이번 예산안 합의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원내 제3당이지만 국민의당은 40석의 의석을 지렛대 삼아 120석 안팎의 민주당과 한국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전날 발표된 여야 합의문을 살펴보면 국민의당이 제시한 절충안들이 상당 부분 받아들여졌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거대 양당의 대립 속에서 국민의당이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하며 협상력을 발휘해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자평했다. 아울러 당의 최대 관심사인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여당의 공조 의지를 확인하는 동시에 지역 현안인 호남고속철도(KTX) 2단계 노선 무안공항 경유라는 실리도 함께 챙겼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예산안 협상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웃고 있는 동안 한국당은 내부 반발의 후폭풍에 휩싸여 있다. 전날부터 이틀간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예산안 협상을 이끈 원내지도부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제1야당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정부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예산안 협상에서 아무것도 건진 게 없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김재원 의원은 “왜 합의안에 사인한 것이냐”고 몰아붙였고 일부 의원들은 협상 자체를 깨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지원 예산, 법인세·소득세 인상 등 3대 핵심 쟁점에서 한국당의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국민의당을 끌어안는 대신 한국당은 철저히 무시한 민주당의 전략이 협상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이날 한국당은 원내대표가 합의문에 서명하고도 내부 반발에 부딪혀 예산안 반대 의견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