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환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5일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과 관련해 “지역 주민과 환경 단체가 요구하는 입지 선정 타당성 재조사 요구를 전격 수용하기로 했다”면서 “기존에 진행됐던 사전 타당성 검토 용역에서 데이터, 평가 기준 등에 중대한 문제가 발견되면 제주 제2공항 건설 결정을 전면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국토부가 자체적으로 조사했을 때는 큰 오류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은 2015년 11월 국토부가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 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 성산 지역에 제2공항을 건설하기로 한 기본 구상을 밝히면서 시작됐다. 지난해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 타당성 조사를 실시해 경제성 (B/C·1이 넘으면 타당성 인정) 1.23으로 사업 타당성까지 확보했다.
국토부 조사땐 큰 문제 없었지만
주민 오류 발견땐 백지화될수도
“적법한 절차 거친 정책을 번복
SOC 정책 시행에 나쁜 선례”
하지만 일부 지역 주민과 환경 단체는 격렬하게 반발했다. 입지 선정 과정을 지역 주민들에게 비공개로 했고 사전 타당성 검토 보고서가 성산 지역을 제주 제2 공항 후보지로 선정한 근거로 꼽은 안개 일수 등 데이터가 조작됐다는 것이 반대의 이유였다. 환경 단체들은 여기에 주변 지역 환경을 훼손할 수 있다며 동참했다. 지난해 말에는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는 이 사전 타당성 검토 용역을 수행한 김병종 항공대 교수 등 5명을 제주지검에 고발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국토부는 지역 주민들의 주장을 전격적으로 수용해 입지 선정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검증하는 용역을 올해 말까지 발주하기로 했다. 사전타당성 재조사에는 올해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 예산으로 책정된 39억원 가운데 5,000만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검증 과정에서 국토부와 지역 주민이 검토위원회를 구성해 쟁점 검토, 연구 과정 모니터링, 공개토론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내년 5~6월 검증 결과를 보고 중대한 오류가 있으면 제주 제2공항 건설을 재검토하고 문제가 없으면 공항 건설을 위한 기본계획 용역을 발주한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다.
구 실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절차적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어 논란이 있다면 선제적으로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과감하게 수용해 갈등을 풀겠다는 것”이라며 “청와대와도 의사소통한 사안이고 갈등 관리를 투명하게 하겠다는 의지”라고 이번 결정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미 정부가 적법하게 타당성 조사를 마친 뒤 추진한 정책 결정을 번복하는 것이어서 용역 결과가 나온 뒤 갈등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SOC 건설을 둘러싼 갈등에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타당성 조사는 대형 사업을 둘러싼 정치적 소용돌이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 데 최근 몇 년 사이 주관적으로 과장하고 축소하는 바람에 완전 신뢰를 잃었다”며 “정부가 애초에 공익에 입각해 결정을 내렸어야 하는데 정치적으로 결정하고 일부가 반대하면 번복하면서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