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외교원 부소장 “美 대북제재 실효성 높지 않아… 남북한 상호자제해야”

文정부 신남방정책 “아주 찬성… 韓과 미래지향적 관계 희망”

또아인뚜언 베트남 외교아카데미 대외정책전략연구소 부소장 /사진=외교부 공동취재단


베트남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압박의 실효성이 떨어지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당사국 모두가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베트남 외교 관계자가 밝혔다. 우리 정부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이면서도 북한과 전통적인 우호 관계를 맺고 있는 베트남 정부의 중립성이 재확인된 셈이다.

한국의 국립외교원에 해당하는 베트남 외교아카데미의 또아인뚜언(To Ahn Tuan) 대외정책전략연구소 부소장은 지난 1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국 외교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해 아주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며 “북한만 도발을 자제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남한을 포함한 당사국 모두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사일 도발을 하고 있는 북한과 달리 한국은 어떻게 자제를 해야 하는지 묻자 또아인뚜언 부소장은 “한반도 문제를 둘러싸고 북한과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 예를 들면 미국의 역할도 있다”며 “북핵 6자회담 당사국 등 한반도 문제에 관여한 모든 국가들이 자제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와 미국의 독자적 압박 조치에 대해서도 “지금까지는 효율성이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한 뒤 “연구자로서 (어떤 해결책이 있는지) 충분한 연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는 한반도 관련 상황을 주시하고만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과 북한의 관계에 대해서 그는 “베트남 정부는 독립적이고 자주적이며 자유롭게 다양한 대외관계를 맺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면서 “유엔 결의와 국제법 등 국제규범을 준수하면서도 북한과의 기존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과 한국이 대화를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 과정을 이룰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양측이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지역·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많은 기여를 하기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대해서는 “아주 찬성한다”며 “한국뿐 아니라 아세안(ASEAN) 국가들에도 아주 좋은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아세안 국가들을 다 포함하면 인구가 약 6억이고 젊은이들이 약 40%를 차지해 잠재력이 아주 높다”며 “국민 총소득도 세계 6위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또아인뚜언 부소장은 “한국과 베트남 관계가 무엇보다 잘되고 있다”며 “경제 면에서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으로 양국은 서로 가장 중요한 파트너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관광, 개발, 무역 등 분야에서의 더욱 튼튼한 성과로 양국이 더 발전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신남방정책으로 이 관계는 한층 격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군의 베트남전쟁 참전으로 한·베트남 간 과거사 문제가 남아 있지만 그는 “과거를 버리고 한국과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유지,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월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린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 행사 영사 축전에서 “한국은 베트남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과거사에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이에 또아인뚜언 부소장은 “한국 정부에 다시 한번 과거의 일을 일으키거나 그런 소지가 있는 행동을 하지 말아 달라는 소원도 있다”면서도 “양국 고위인사들도 과거 일에 대해서는 남겨두고 같이 미래로 가야 한다는 주장을 갖고 있다”고 한국과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거듭 당부했다.

/하노이=박효정기자·외교부 공동취재단 jpark@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