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금속기계 가공업체를 운영하는 B씨도 대출금리 인상 여파에 공장 증설 계획을 중단했다. 기존 대출 30억원에 더해 추가 대출을 받을 엄두가 나지 않아서다. 그는 “10월 긴 추석 연휴로 공장 가동률이 감소한데다 명절상여금 지급과 공장 증축으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대출만 믿고 있었다”며 “제2금융권에서 추가 대출을 받으려고 보니 금리가 8.5%에 육박해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이 공식화하면서 한계 상황에 몰린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의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5일 밝힌 지난 10월 말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65%로 전달보다 0.07%포인트 상승했다. 비록 소폭이지만 연체율 상승은 금융계가 주목하는 신호다.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그만큼 나빠지고 있다는 얘기다. 연체율 상승은 금리 인상과 맞물렸다.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앞서 시장에서는 이미 6월부터 인상 기대가 커지면서 대출금리를 끌어올렸다. 특히 대기업 연체율(0.42%) 상승폭은 0.02%포인트였지만 중소기업(0.71%)은 0.08%포인트로 4배였다. 금리 인상의 고통이 부실 위험이 높은 중소기업 위주로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로 버텨왔던 한계기업들은 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계기업은 영업을 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내지 못할 만큼 부실 위험이 큰 기업을 뜻하는데 앞으로 이자가 더 오르면 사실상 시장 퇴출로까지 몰릴 수 있다. 이미 지난해 말 한계기업은 3,126개로 2010년 2,400개에서 30.3% 급증한 상태다. 이들이 금융기관에 진 빚은 121조2,000억원에 이른다.
게다가 이 중 85.3%인 2,666개가 중소기업이다. 자금 사정과 재무구조가 열악한 중소기업은 은행보다 금리가 2배 이상 높은 저축은행·카드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대출수요가 높아 금리 인상에 그만큼 더 취약하다. 한은에 따르면 제2금융권의 중소기업대출은 9월 말 기준으로 105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미 저축은행 기업대출 금리가 연 8%대인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국내 시장금리가 더 뛸 경우 이들의 상환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늘어날 수 있다.
과거 사례를 봐도 금리 인상의 부정적 파급효과는 중소기업에 더 컸다. 한은은 2010년 7월부터 2011년 6월까지 2%였던 기준금리를 총 5차례에 걸쳐 3.25%까지 1.25%포인트 인상했다. 이 기간 은행의 대기업대출 금리는 평균 5.13%에서 5.51%로 0.38%포인트 올랐지만 중소기업대출은 5.58%에서 6.09%로 0.51%포인트 올라 상승폭이 더 컸다. 은행의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자영업자 등 중소기업이 몰리는 비은행권은 금리 상승세가 더 두드러졌다. 기준금리 인상 전 9.7~9.9%대였던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금리는 10.73%까지 뛰어 상승폭이 1%포인트에 육박했다.
중소기업과 취약가구에 걸쳐 있는 영세자영업자도 금리 인상으로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음식점이나 소매업을 주로 하는 생계형 자영업자는 48만명으로 전체 자영업자의 30.2%에 달한다. 이들이 지고 있는 빚은 총 38조6,000억원, 1인당 3억2,400만원으로 비자영업자의 약 5배다. 특히 대부업체·카드론과 같은 고위험 대출 이용 비중이 전체의 3분의1을 넘어서 금리 인상의 고통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대구 수성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C씨는 “자영업자들은 인건비와 임차료 등 고정비용 상승도 감당하기 벅찬 상황”이라며 “높은 대출 문턱과 금리 인상으로 내년에는 폐업하는 소상공인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554만명에 달하는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줄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남윤미 한은 미시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 이자율이 0.1% 증가할 때 도소매업·음식숙박업 등 자영업의 폐업위험도는 7~10.6% 더 늘어난다. 남 부연구위원은 “폐업률 상승에는 자영업자가 직면하는 금리 부담의 증가에 더해 금리 인상으로 인한 가계 소비지출의 위축도 포함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빈난새·정민정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