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아토즈(Iran AtoZ)’의 정제희(30) 대표/사진=이란아토즈 제공
“‘미지의 땅’인 이란에서 두려움보다 가능성을 우선 보았죠.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이라 더 끌렸어요”
한국인에게 불모지와 다름없는 이란 통번역 시장에서 창업 1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낸 이란어 통번역(통역·번역)기업 ‘이란아토즈(Iran AtoZ)’의 정제희(30) 대표의 얘기다. 이란은 1970년대 가장 먼저 국내 건설 기업이 진출했던 중동 국가지만 아직 한국인에게 ‘먼 나라’, ‘위험한 나라’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로 인해 이란어 관련 인력은 다른 언어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 이란어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대학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이란어과가 유일하다. 한해 배출되는 관련 인력은 30명 남짓에 불과하다. 지난해 미국과 이란간의 핵 협상을 타결로 현지 진출 붐이 일면서 이란어 통번역 수요는 늘었지만 전문가는 부족했다. 전문 통역사가 아닌 이란에서 온 외국인을 통역으로 쓸 정도였다. 그가 이란 통번역 전문 기업을 세우게 된 계기다.
“이란어가 워낙 생소하다 보니 메일 해석과 같은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기업들의 갈증이 심했어요. 또 언어, 문화, 생김새까지 다른 아랍 국가들과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진 이란을 대하는 방법을 모르는 기업들이 많았죠. 그때 기존 업체들이 하지 못했던 정말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통번역 기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란 현지에서 통역 활동을 하고 있는 ‘이란아토즈(Iran AtoZ)’의 정제희(30) 대표(가운데)/사진=이란아토즈 제공
정 대표가 ‘이란 전문가’가 되기까지에는 5년간의 현지 경험이 큰 자산이 됐다. “고등학생 때부터 터키어 등 중동 언어를 공부했고 한국외대에서 이란어를 전공까지 했어요. 하지만 막상 마주한 이란은 아는 것과 너무 달랐어요. 물건을 하나 살 때도 사소한 시비가 붙는 일도 많았죠. 외국인이라 겪을 수밖에 없는 차별들도 많았고요. 그때는 정말 악착같이 버틴 것 같아요. 진정한 ‘이란인’이 되기 위해 치열하게 언어를 공부했어요.”
20대 중반에 이란으로 건너가 테헤란대학교 국제관계학 석사까지 마친 그는 어느새 웬만한 이란 관련 지식은 현지인보다 더 잘 아는 ‘이란 전문가’가 돼 있었다. 통역을 맡은 이란 바이어가 그의 현지 관련 지식에 놀랄 정도다. “아무리 간단한 통역이라도 상대방의 문화적 특수성을 먼저 이해해야 제대로 된 전달이 가능해요. 척박했던 테헤란 생활에서 이란 사람들과 싸워서 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깨달았던 점들이 사업에서 큰 힘이 돼 주고 있죠.”
‘이란아토즈(Iran AtoZ)’에서 함께 활동 중인 직원들과 정제희(30) 대표(왼쪽 두번째)/사진=이란아토즈 제공
정 대표의 눈은 벌써 미래를 보고 있다. 통번역과 기업 컨설팅 외에 창업 전부터 ‘쌀람 이란어’라는 어학원을 운영한 정 대표는 아랍어 교육 포털 ‘마르카즈아라빅’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더 많은 이란어 전문가 양성에 나섰다. 또한 그는 기업과 이란어에 능통한 인력을 연결해주는 역할도 맡아서 하고 있다. 머지않아 우리 경제의 중요한 파트너 중 하나가 이란이 될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이란에서 돌아온 후 쭉 이란어 ‘스페셜리스트’를 양성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란은 1억 인구를 가진 풍요로움을 아는 나라예요. 완전한 개방을 하면 파급력은 상상할 수도 없이 크겠죠. 그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이란을 알아야 해요. 이란은 분명 우리의 ‘두스트 바 함라헤 쿱’(친구이자 좋은 동반자란 뜻의 이란어)이 될 것입니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