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도시-유니시티] 독특한 외관의 '5층 콘크리트'...개발될 주변지역 '미래' 담은듯

카버코리아의 사옥 ‘유니시티’는 콘크리트 덩어리를 불규칙하게 쌓아올린 것 같은 모습이다. /사진=디베르카 건축사사무소, 여인우 사진작가


도시 공간의 정체성은 일반적으로 그곳에 들어서 있는 건물들에 따라 좌우된다. 아파트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곳은 ‘주거지역’, 상가 건물들이 밀집해 있는 곳은 ‘상업지역’으로 분류되는 식이다.

간혹 이 같은 분류에서 벗어난 건물은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며 건물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서울 동대문 도심 한복판에 미확인비행물체(UFO)를 연상시키는 비정형 건물로 지어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대표적인 사례다. 화장품 기업 카버코리아의 사옥 ‘유니시티’ 역시 주변 공간과는 다른 이색적인 형태의 건물이다.

■주거지역의 이색적 건물

불규칙하게 쌓아올려 층마다 테라스 설치

노출 콘크리트로 성장하는 기업 표현도

지상 15층의 아파트단지, 저층 주택들 사이에 있는 지상 5층 규모의 이 건물은 콘크리트 덩어리를 불규칙하게 한 층씩 쌓아올린 모습이다. 각 층마다 외부로 돌출된 공간을 활용한 테라스가 마련돼 있고 옥상에는 정원이 있다. 건물 표면은 일반적인 회사 사옥, 특히 화장품 기업의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다른 거친 질감이 나타난다. 콘크리트 거푸집 자체의 모양을 드러내는 송판 노출 콘크리트가 사용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건물의 모습은 사옥 건물의 조건, 기업의 정체성, 건축 환경, 건축주의 요구 등 다양한 요소를 건축가가 고민 끝에 담아낸 결과다. 디베르카건축사사무소의 윤훤 소장과 이지은 소장은 사옥 건물이 갖춰야 할 조건으로 단순히 좋은 시설이 갖춰진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고 임직원이 편하고 쾌적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꼽았다.

1999년 설립된 카버코리아는 화장품 브랜드 ‘AHC’로 잘 알려진 중견 기업이다. 기업의 성장에 따라 기존 사옥으로는 임직원들이 일할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기존에 확보돼 있던 부지에 새 사옥 건립을 결정하게 됐다고 한다. 국내외 구매자·투자자들의 방문도 늘어나자 건축주인 이상록 전 카버코리아 회장은 기업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임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독특한 형태의 사옥 설계를 의뢰했다.

두 건축가는 설계 의뢰를 받은 후 카버코리아 임직원들의 특징, 근무 방식 등에 주목했다. 사옥의 가장 중요한 이용자는 임직원이라는 판단에서다. 윤 소장은 “제품 디자인, 연구개발 분야 임직원들은 특히 오랜 시간 근무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것 같아 바깥과 통할 수 있는 공간을 늘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각층의 테라스와 옥상 정원이 만들어진 이유다. 이색적인 건물 형태는 성장하는 기업의 자부심을 표현하기 위해 다소 감각적이고 과장된 모습을 선택한 결과다. 그럼에도 주변 건물들을 압도하거나 주거환경에 거슬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외부로 돌출된 공간을 활용해 각 층마다 테라스가 만들어져 있다. /사진=디베르카 건축사사무소, 여인우 사진작가
유니시티의 입지는 일반적인 회사 사옥과는 다르게 아파트, 저층 주택들이 있는 일반주거지역이다. /사진=디베르카 건축사사무소, 여인우 사진작가
제한된 연면적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지하공간 대신 1층에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사진=디베르카 건축사사무소, 여인우 사진작가
■공간 활용 극대화

1층 주차장, 계단·화장실 등 집약적 구성

이면도로변 자투리땅 제한된 환경 극복

건물이 있는 대지는 형태가 반듯하지 않은 자투리땅이다. 입지 역시 쉽게 눈에 띄는 대로변 대신 그 뒤의 이면도로변이다. 건물 주변 도로는 폭이 4m인 이면도로이기 때문에 건축법에 따라 건물의 연면적이 2,000㎡ 이하로 제한됐다. 이처럼 제한된 공간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것도 설계의 주요 과제 중 하나였다. 때문에 두 건축가는 지상 공간 활용을 위해 지하 공간에는 주차장 대신 기계실만 마련해 사용을 최소화했다. 건물 내부의 계단, 엘리베이터, 화장실 공간도 최대한 집약적으로 구성했다.

거친 질감의 건물 표면은 회사의 주력 제품을 고려한 선택이다. 이 소장은 “일반적인 노출콘크리트 건물 표면은 반듯하게 만들어지지만 유니시티에서는 피부 개선용 제품 개발에 주력해온 카버코리아의 특징을 반영해 사람의 맨살 같은 느낌을 연출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두 건축가는 주변 환경의 현재 모습 대신 미래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 주변 저층 건물들이 보존되기보다는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이 소장은 “무미건조한 건물들보다는 재미있는 건물들이 생겨 그 지역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랐다”며 “유니시티가 그러한 변화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했다”고 전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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