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에서 쓰러진 승객을 버스기사가 심폐소생술로 구하는 일이 대전지역에서 잇따라 일어나 화제가 되고 있다. 올해에만 시민 9명의 목숨을 구했다.

대전시는 지난달 14일 오전 7시 55분쯤 대덕구 동춘당과 중구 오월드를 지나는 314번 시내버스에서 20대 남학생 A씨가 마비 증세를 호소하며 쓰러졌다고 8일 전했다. 이 모습을 발견한 14년 차 버스기사 전덕성(54)씨는 곧바로 버스를 세우고 달려가 A씨의 상태를 확인했다.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고 입술은 파랗게 변했다. 즉시 119에 전화로 구조요청을 한 뒤 A씨를 버스 바닥에 눕혔다. A씨가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며 괴로워하자 전씨는 A씨의 팔과 다리를 주물렀고 주변 승객들에게도 도움을 구했다. 3∼4분간 주무르자 A씨는 숨을 쉬었다.

전씨의 빠른 판단과 신속한 조치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A씨는 119구조대가 도착하기 전에 스스로 일어났다. 전씨는 “버스기사로서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승객들의 도움이 있어서 잘할 수 있었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7월 3일 중구 태평동을 지나던 614번 버스에서는 70대 여성 C씨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인도로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다. C씨가 쓰러지는 모습을 목격한 버스기사 이진승(47)씨는 버스에서 내려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이씨는 “서너번 정도 심폐소생술을 하자 숨을 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면서 “안전교육 시간에 배운 심폐소생술이 이렇게 유용할 줄 몰랐다”고 전했다.

버스기사가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분신을 한 남성을 구한 일도 있었다. 지난 8월 19일 오전 7시 53분쯤 916번 버스기사 김한조(63)씨는 한 남성이 분신을 시도하는 모습을 발견한 김씨는 즉시 버스를 세워 버스에 비치된 소화기로 남성의 몸에 붙은 불을 진화했다. 남성은 전신 3도 화상을 입었으나 신속한 대응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이처럼 대전 시내버스 기사가 시민의 소중한 생명을 구한 게 올해만 아홉 차례다. 시는 소중한 생명을 구한 기사들에게 친절 및 안전 운수종사자 표창을 수여했다. 6개월 동안 5만원씩 친절 수당을 지급하고 해외 연수 때 우선권을 주기로 약속했다. 전영춘 시 버스정책과장은 “시민의 소중한 생명을 구한 버스 기사들을 모범 운수 종사자로 선정해 표창하고 있다”면서 “시내버스 기사에 대한 안전교육을 실습 위주로 강화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한편 이들이 활약한 동영상 자료를 교육사례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연주인턴기자 yeonju185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