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틴 슐츠(앞줄 왼쪽) 독일 사회민주당(SPD) 대표가 7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의 대연정 협상 개시에 대해 투표하고 있다. /베를린=AFP연합뉴스
지난 9월 총선 패배 이후 연정 협상을 거부해온 독일 사회민주당(SPD)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기로 결정하면서 궁지에 몰렸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연정 구상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사민당은 7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대의원 투표를 통해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 대연정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다만 사민당은 협상을 하더라도 결렬에 따른 소수정부나 재선거 등 결과를 열어두기로 했다. 이날 재신임을 받은 마르틴 슐츠 대표는 “정부를 구성하는 데 우리가 기여할 다양하고 가치 있는 방법이 있다”면서 “(연정) 테이블을 구성하는 데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자동으로 대연정 성사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연정에 대체로 부정적인 당내 여론과 대연정 협상을 외면하기 힘든 현실을 절충한 것이다. 사민당은 지난 9월 총선에서 참패한 후 진보의 정체성을 재확립하며 제1야당의 길을 걷는다고 선언했으나 기민·기사 연합과 자유민주당·녹색당 간의 예기치 못한 연정 협상 결렬 이후 재선거를 피하기 위해 새 연정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을 받아왔다.
기민·기사 연합은 사민당의 결정을 즉각 환영했지만 협상에는 상당한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슐츠 대표는 이날 오는 2025년까지 유럽연합(EU)의 연방국가화를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사민당의 역할을 강조했지만 메르켈 총리는 EU 연방 제안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난민·기후·연금개혁 등 슐츠와 메르켈이 동의하지 않는 일련의 문제들을 고려할 때 여전히 협상이 실패할 여지가 크다”며 “내년 3월까지 새 정부가 출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