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과 청량리·영등포와 천호동 등 주로 역사 주변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 수십년간 불을 밝혔던 집창촌들이 이제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재개발사업과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초고층 상업지구로 변신 중인 것.
원초적인 욕망의 은밀한 배설구였던 도심의 뒷골목들이 지역의 교통과 업무·쇼핑의 중심지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70년대 재래시장과 함께 형성됐던 강동구 천호동의 집창촌을 40층 주상복합단지로 탈바꿈시키는 재개발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곳은 2009년 1월 천호뉴타운1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다 2016년 6월 서울시 산하 공기업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공동 사업시행자로 참여한 것을 계기로 사업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사업시행 변경 인가를 받았고 올해 9월 시공사로 중흥토건을 선정했다. 내년 2월 이후 조합원 분양을 거쳐 2018년 하반기 관리처분인가, 2019년 착공, 2023년 입주 순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목표다.
이곳의 면적 3만8,508㎡ 부지에는 지하 5층~지상 40층 주상복합 건물 4개 동을 짓게 된다. 아파트 3개 동, 오피스텔 및 업무시설 1개 동으로 구성되며 각 건물의 지하에서 2층까지는 상업시설(상가)이 배치된다. 주상복합단지는 아파트 999가구, 오피스텔 264실, 상가 200여실로 구성될 예정이다.
588로 유명한 청량리의 집창촌은 청량리4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돼 롯데건설이 오는 2021년까지 200m 높이의 최고 65층 주상복합·호텔·쇼핑몰 등이 결합한 랜드마크 빌딩을 짓는다. 지난해 말 청량리 4구역 재개발을 위한 강제철거 명령이 떨어진 뒤 일대 모든 성매매 업소가 영업을 중단한 상태로 연내 완료를 목표로 철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영등포에서는 도시환경정비예정구역으로 묶여 있는 영등포 쪽방촌과 집창촌을 대상으로 하는 정비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500억원을 투입해 영등포역 앞 영등포·경인로 일대를 서남권 경제 거점으로 개발하는 내용의 도시재생사업 계획을 2월 발표했고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준비 중이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쪽방촌·집창촌 일대의 노후 건물들이 사라진 자리에 상업·업무 시설이 들어서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용산역 인근 집창촌은 이미 재개발사업을 통해 래미안용산·용산푸르지오써밋 등 고급 주상복합 단지들이 잇달아 들어섰고 아모레퍼시픽·현대산업개발 등 기존 대기업 사옥들에 더해 LG 유플러스, CJ CGV 등 다른 대기업들도 잇달아 사옥을 옮겨오면서 서울의 새로운 업무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집창촌의 개발이 주거단지보다는 용산처럼 업무 중심지에 초점이 맞춰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영등포·용산·청량리의 경우 철도를 중심으로 한 대중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지만 주거에 대한 수요는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주거시설로서 주상복합은 아파트보다 작은 면적, 비싼 관리비 때문에 아파트를 대체하는 데 한계가 있고 중산층이 선호하는 교육 여건이 단시간 내 갖춰지기는 어렵다”며 “업무 중심지로 변화하고 있는 용산의 사례를 감안하면 청량리·영등포 역시 업무 시설에 대한 수요를 충당하는 입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