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워치] 두껍아 두껍아, 성냥갑은 그만 다오 나만의 집 지을테니

획일적이고 값비싼 아파트에 염증
개성 살린 집짓기 열풍 갈수록 확산
서울 전셋값만으로도 건축 가능해
홈쇼핑서 집짓기 상품 대박나기도

지난달 19일 저녁, GS홈쇼핑 채널에서는 홈쇼핑 역사상 처음 등장한 상품이 전파를 탔다. 집을 지어주는 상품이었다. ‘원하는 집을 지어드립니다’라는 광고 카피를 내걸고 처음으로 집 지어주는 상품이 홈쇼핑에서 팔렸다. 전원주택 전문 시공업체 꿈애하우징이 이날 판매한 것은 3.3㎡당 490만원(가구 제외)짜리 시공상품이었다. 20평짜리라면 1억원 가까이 드는, 홈쇼핑에서는 보기 드문 고가상품이다. 이날 방송이 진행된 한 시간 동안 1,400콜을 받았다. 당초 예상했던 500콜을 훌쩍 뛰어넘었다. 실제 집을 지을 땅 주소까지 남긴 사람은 600명에 달했다. 김남윤 꿈애하우징 대표는 “그동안 건축박람회 등에서 만난 고객 반응의 변화를 보면서 집짓기에 대한 열망이 커지고 있음을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서울·경기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콜이 들어왔으며 50~60대가 다수이기는 했지만 30~40대도 의외로 많았다”고 말했다.

나만의 집짓기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장 대중적 주거공간인 아파트 가격이 최근 급등한 후 아파트는 더 이상 ‘가성비’ 좋은 거주공간이 아니다. 아파트 매매, 아니 전셋값에 견줘도 단독주택을 짓는 데 드는 비용이 예전보다 상대적으로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게 됐다. 이관용 오픈스케일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서울 요지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10억원을 넘는 것은 예사고 전셋값도 만만치 않다”며 “하지만 서울 강북에서는 10억원 이하로 충분히 연면적 30~40평짜리 집을 지을 수 있고 양평·용인 등으로 가면 4억~6억원 대에도 소형 전원주택을 지을 수 있다”고 했다.


경제적 이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인식변화다. 획일적 ‘기성품’인 아파트에 염증을 느끼고 ‘맞춤형 공간’에 살면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4년 만에 내 집 짓기에 성공한 회사원 손창완씨는 “집을 직접 짓는 과정은 힘들고 번거롭지만 과정 자체가 즐거움”이라고 전했다.

특히 예전과 달라진 점은 사람들이 소위 ‘집장사 집’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만의 드림하우스를 짓기 위해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건축가를 찾아 설계를 맡기고 시공 역시 전문업체를 찾는다. 또 인터넷동호회, 건축주 세미나 등을 통해 예전보다 정보 찾기가 훨씬 쉬워진 점도 단독주택 건축의 문턱을 낮춘 요인이다. 주택을 전문으로 설계하는 AAPA의 문상배 소장은 “한때 ‘집을 지으면 수명이 단축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레몬마켓’이었지만 이제는 상당히 달라졌다”면서 “앞으로도 이 같은 트렌드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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