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업계는 이번 신세계의 발표에 대해 ‘성공적으로 안착하는지 일단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생산직 비중이 높은 제조업과 중소기업의 경우 신세계의 근무시간 조정은 가장 첨예한 쟁점인 ‘생산직 연장근로 가능 여부’와 무관하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신세계 2년간 준비…유통가 ‘일단 지켜보자’=신세계 측은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2년간 준비해온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년간 ‘시간선택제’ 근무 등 다양한 자체 실험을 통해 이번 근로시간 단축안을 내놓았다.
그룹에 따르면 신세계는 우선 백화점을 1시간 일찍 문을 닫았을 때 줄어드는 매출이 어느 정도인지를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과연 재무적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도 함께 연구했다. 이를 통해 1시간 영업시간 단축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냈고 더 나아가 2시간 단축이 가능한지까지도 알아봤다. 덴마크 등 주 30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선진국의 사례도 연구했다는 설명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임금 하락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신세계가 지난 2년간 체계적으로 준비해온 장기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라며 “변수가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고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쟁상대인 유통가의 반응은 일단 도입 취지는 환영하지만 제도 도입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현재 수·금요일 30분 일찍 끝내는 것과 선택근무제, PC 자동 종료 외에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따로 준비한 것은 없다”며 “통상임금 기준이 기업마다 다르다 보니 임금 삭감 없이 단축하는 문제는 더 파악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재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6시 PC 자동 종료 외에 근로시간 단축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중견 유통업체들은 더 신중하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그룹 전사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문제라 당장은 적용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 제조업 ‘주 35시간 근무 어렵다’…업태·규모 따라 달라=유통업과 달리 제조업체들은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 발표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제조업은 특징상 주 35시간 근무가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신세계의 이번 조치는 노사관계에서 가장 첨예한 쟁점인 ‘생산직 연장근로 가능 여부’와 무관하다는 게 그 이유다.
실제 삼성·SK·LG 등의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제조업체의 경우 24시간 공장이 돌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52시간 최장근로 시간 단축도 큰 부담”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주 35시간 근무는 생각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한 경제5단체 관계자 역시 “신세계의 근무제 전환은 연장근로 시간과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며 “‘직원 여가 확대’ 정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도입이 예정된 ‘주 52시간’ 체제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기업별로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일례로 삼성전자(005930)의 경우 최근 각 사업 부문 책임자들에게 ‘가능하면 주당 근무시간을 52시간 이내로 줄일 수 있도록 직원들을 독려하라’고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자동차도 최근 노조에 ‘잔업 전면 중단과 특근 최소화’ 방침을 통보했다.
여력이 되는 중견기업들도 관련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경기 일대 공단에 위치한 기업 가운데 최근 근무체제를 ‘3조3교대제’로 바꾼 곳이 적지 않다. 주당 근로시간을 주 52시간 아래로 맞추려는 노력의 일환인 셈인데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나마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기업들은 영업시간 단축이나 추가 고용 등으로 근로시간 조정에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지만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며 “기업마다 사정이 달라 신세계의 조치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는 두고 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윤경환·한재영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