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프스타일 TV ‘더 프레임’이 세계 유명 미술관, 작가 등과의 협업으로 새로운 예술 유통 플랫폼으로 각광받고 있다. 더 프레임 전용 앱인 ‘아트 스토어’에선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밀레의 ‘이삭 줍는 사람들’ 등 거장들의 작품을 즐길 수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지난 8월 삼성전자(005930) 관계자들은 세계 최고의 미술관으로 꼽히는 스페인 ‘프라도’를 삼고초려했다. 이곳에 전시된 거장들의 작품을 삼성 라이프스타일TV ‘더 프레임’ 고객들이 집안에서 감상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보수적이고 콧대 높은 프라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 제안에 무관심했다. 하지만 TV가 새로운 예술 유통 플랫폼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며 협업에 동의했다. 프라도 작품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전 세계인에게 다가서게 된 순간이었다.
‘더 프레임’이 예술과 사람의 거리를 좁히며 파괴적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예술은 미술관에서만 즐길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뜨린 것이다. 종전에 예술 작품을 감상하려면 유럽 미술관 등에 방문하거나 인터넷에서 원본에 한참 못 미치는 사진 따위를 봐야만 했다. ‘더 프레임’은 진화한 영상 기술을 이용해 예술작품을 ‘원본 수준’으로 보여주는 TV다.
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해 초 선보인 더 프레임이 빠른 속도로 미술관·작가 등과의 협업을 늘려가며 700여개 이상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폴 세잔, 클로드 모네, 빈센트 반 고흐, 구스타프 클림트 등 전통 거장들의 대표작뿐만 아니라 구본창,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 등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들을 즐길 수 있다. 더 프레임에 기본 탑재된 100개 작품을 감상하거나 전용 앱인 ‘아트 스토어’에서 유료 콘텐츠들을 실시간 감상 또는 다운로드할 수 있다. 55·65인치 초대형 화면으로 예술 작품을 실제 크기와 유사하게 볼 수 있고 주변 환경에 따라 작품의 명암과 색감을 자동 조정하는 ‘조도 센서’ 기술로 실제 그림과 같은 느낌을 준다. 삼성전자는 탑재 작품을 1,000여개로 늘릴 계획이다.
더 프레임은 미술관과 가정을 넘어 다양한 장소에서 예술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영국 현대 미술 갤러리 ‘사치’와의 공동 전시회를 열어 6만5,000여명의 예술가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국내의 경우 10월부터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내셔널지오그래픽 특별전’에 참가하며 5,000여종의 멸종 위기 동물 사진을 선보였다. 11월부터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조선시대 대표 작가 ‘신윤복’과 ‘정선’의 대표작을 전시 중이다.
삼성전자의 시도는 ‘데이터 공룡 기업’들과 새로운 전쟁을 벌이는 것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구글의 경우 ‘아트 프로젝트’에 힘을 쏟으며 세계적 예술 작품들을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당장 콘텐츠 양에서는 구글이 앞서지만 플랫폼이 PC 모니터나 모바일로 한정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소프트웨어든 하드웨어든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며 “삼성전자는 예술 작품을 TV로 끌어오면서 TV의 존재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경쟁 TV 업체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이어지며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