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마윈의 이름 두 자를 제목으로 내 건 책이 국내에서만 10권 안팎 출간됐고 그의 발언과 근황이 실시간 뉴스로 쏟아진다. 전 세계가 마윈의 말을 주목하는 것은 그가 단순히 성공한 기업가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의 말 속에 중국의 변화, 시대의 변화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3년간의 담화문을 엮은 ‘마윈, 내가 본 미래’는 세계화와 데이터 혁명, 청년과 창업, 기업의 비전과 책임, 중소기업 성장 전략, 수입·내수 중심 중국 경제 체제의 변화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마윈의 최신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2016년 알리바바 그룹의 개발자대회인 윈치대회에서 마윈은 ‘DT(데이터 테크놀로지) 시대의 개막’을 주창했다. 마윈은 DT시대, 모든 제조업은 인터넷과 빅데이터의 단말기업이 될 것이며, 미래 제조업 발전의 최대 에너지는 석유가 아니라 데이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의 진단에 따르면 현재 세계는 정보 중심의 IT시대에서 데이터 중심의 DT시대로 가는 길목에 있다. DT시대에 알리바바는 더 이상 전자상거래 기업이 아니다. 전자상거래는 ‘나룻배 한 척으로 강 이편의 물건과 정보를 강 저편으로 나르는 역할’을 할 뿐이며 알리바바의 사업 모델 중 가장 전통적인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알리바바의 비전을 신유통, 신제조, 신금융, 신기술, 신에너지 등 ‘다섯 가지 신(新)’으로 설명한다. 새로운 시대에는 온·오프라인과 모바일, 인공지능이 결합하며, 맞춤형 제조, 데이터 중심의 기술과 신용이 기존의 IT 시대와는 다른 문법을 만들어내는 만큼 이에 적응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세기가 한 두번의 기회를 잘 포착하면 성공할 수 있는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사회문제를 해결해야 위대한 기업이 된다”고 믿는 마윈은 ‘사회문제를 개선하는 도구’를 자처한다. 알리바바는 창고나 물류를 직접 담당하지 않고도 매일 3,000만개의 상품을 배송하고 직접 고용 3만명을 포함해 1,400만명의 고용을 직간접적으로 창출했다. 신용거래가 불가능했던 중국 내에서 온라인 쇼핑을 통한 신용 거래 시장을 만들어냈고 이제 그는 전세계 소비자와 소기업을 연결하는 새로운 시장으로 그의 비전을 키우고 있다.
‘양쯔강의 용’을 자처하는 마윈은 ‘다섯 가지 신’을 통해 이미 시대의 물길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리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9월 G20 항저우 정상회담에서는 그가 제안한 ‘세계전자무역플랫폼(eWTP)’이 공동성명에 채택됐다. eWTP는 한 해 100만 달러 미만을 수출하는 중소기업에 면세, 약식 품질검사 및 통관·물류 지원 등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협정으로 소기업의 자유 무역 문턱을 대폭 낮추자던 마윈의 평소 주장이 녹아 있다.
여기에서 중국의 소비 시장에 대한 그의 혜안이 나온다. 그의 전망에 따르면 앞으로 15년 내 중국의 중산층 규모는 5억명에 이른다. 미국 내수의 3배 이상의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는 전세계 소기업들의 무역 장벽을 낮춰 중국이 전 세계의 바이어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알리바바는 수환도 하지 않은 미국 시애틀의 체리를 예약 판매, 24시간만에 중국의 8만 가정에 16만 킬로그램의 체리를 팔았다. 알리바바가 2009년 만든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절(매년 11월11일)의 매출은 매년 신기록을 경신, 올해는 28조원을 넘어섰고 전세계에서 구매가 일어났다. ‘전 세계에서 사고 전 세계에서 판다’ ‘우리가 없는 곳이 없어야 한다’ 등 그가 쏟아내는 말들이 앞으로 알리바바가 나아갈 행보를 정확히 보여준다.
‘항저우의 현인’ 마윈의 관심과 열정은 중소기업의 발전, 환경보호, 교육, 경제 세계화, 반덤핑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2015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23차 APEC 지도자 비공식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만난 마윈은 “젊은 창업자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오바마 대통령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젊은 창업가들에게 세금을 거두어서는 안 됩니다.”
환경문제에 대한 질문에서도 그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 대신 구체적인 실천을 보여준다. “내가 미국 뉴욕의 브랜던에 삼림으로 뒤덮인 땅을 산 것은 삼림이 목적이 아니라 경험을 사기 위한 겁니다. 미국이 지난 세기에 환경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알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이런 기술과 노하우를 중국에 가지고 오고 지구 반대편으로 가져왔습니다.” 1만6,800원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