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CDO)이 지난 5일 경기도 화성시 롤링힐스호텔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브랜드 정체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기아차
“강렬하고 강력하지만 조화롭습니다. 특유의 분위기를 강조했습니다. 소형 SUV ‘코나’를 통해 보여준 현대자동차 디자인의 진보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피터 슈라이어 사장은 내년 2월 출시 예정인 현대차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6년 만에 완전변경되는 싼타페는 내년 현대차의 최고 기대작이다.
싼타페 디자인에 대해 묻자 슈라이어 사장은 ‘씩’ 한 번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며 “아직 공개되지 않은 차의 디자인을 말로 설명하기는 너무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는 “퀄리티(품질)가 매우 좋아졌다. 기존 싼타페와 비교하면 프리미엄 SUV라는 느낌이 특히 강조됐다”고 설명했다. 또 “크기가 기존 모델보다 더 커졌고 매우 강력한(strong) 디자인이 특징”이라고 답했다. 그는 “싼타페를 통해 고객들이 현대차 SUV 라인업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현대차 라인업 강화에 이바지하기 충분한 차”라고 했다. 슈라이어 사장은 매우(very)라는 수식어를 수차례 사용했다.
신형 싼타페는 위장막에 가려진 채 시험주행하는 모습이 최근 공개됐다. 위장막 속에서도 화살촉같이 날카로운 주간주행등과 대형 그릴, 그리고 근육질 몸매를 떠올리게 하는 차체 라인이 드러났다. 코나에서 보여준 것과 같이 주간주행등이 위에, 헤드라이트가 아래에 있는 형태도 이어간다. 싼타페는 특히 SUV로는 보기 드물게 현대차가 자랑하는 고속도로반자율주행(HDA) 등의 옵션을 장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슈라이어 사장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첫 마디가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였다. 그는 “여전히 내 일이 즐겁고 재밌다. 또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일은 제네시스 브랜드를 빌드업하는 것이다. 또 항상 새로운 작품을 하고 싶다. 새로운 차를 보면 언제 나올까 기대되고 또 늘 새로운 작품을 맡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족들과 시간도 더 많이 보내고 새로운 취미나 여유도 누리고 싶다”면서도 “하지만 비행기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다”고 웃었다. 한국 나이로 65세인 디자인 거장의 열정은 끝이 없었다. 히딩크 감독의 말처럼 아직도 배가 고프다.
/화성=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