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민심 듣겠다는 구조조정 부작용 없겠나

정부가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새로운 구조조정 방침을 내놓았다. 기존의 채권단 위주에서 벗어나 시장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부실기업 회생 여부를 결정할 때 재무적 관점뿐만 아니라 산업적 측면까지 따져 다양한 대안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내년 상반기에 1조원 규모의 구조조정펀드를 조성하고 면책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새 정부가 출범 7개월 만에 시장 중심으로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결정한 것은 일단 바람직한 방향으로 볼 수 있다. 과거 국책금융기관 위주의 뒤늦은 구조조정이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고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는 문제점을 드러낸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중견 조선소에 대한 구조조정이 늦춰지면서 절차만 한층 복잡해졌을 뿐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없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조선업 시황이 좀체 나아질 기미가 없는데도 눈앞의 수주난에 대응하는 처방만 제시한 것이나 4월에 발표했던 구조조정펀드를 이제야 만들겠다고 생색을 내는 것도 미덥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구조조정의 충격을 완화하겠다며 고용상황 등 지역 민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강조한 사실이다. 구조조정이 거론될 때마다 지역 경제가 다 죽는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와 용두사미로 끝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게다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구조조정 작업이 지역 여론을 의식한 정치논리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들과 노조의 반발을 뚫고 제대로 구조조정이 이뤄질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이란 이해 관계자들의 고통분담을 전제로 해야 성공할 수 있는 법이다. 지역 민심은 물론 고용도 전략산업도 모두 따져보겠다니 구조조정이 산으로 갈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판국이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는 지금이야말로 선제적 구조조정의 적기다.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 경제가 살려면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구조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관계자의 입김에 휘둘리지 말고 과감하고 신속한 후속조치로 실행력을 높이는 일이다. 정부는 미래 먹거리를 새로 짠다는 결연한 자세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 지금은 더 이상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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