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도파민·세로토닌 등 신경 호르몬 비만과도 직결돼"

전미경 굿모닝 정신전강의학과의원 원장
"원인 파악 부족한 채 비만치료하면 약물의존 등 부작용 심각"
"우울증·강박증·중독증 등 정신과적 질환과 병행치료도 필요"





“현대의학에서 비만을 치료하는 방법은 대부분 살을 빼기 위한 처방과 시술 혹은 수술이 복합적으로 진행이 됩니다. 하지만 환자가 왜 살이 쪘는지를 파악하지 않은 채 증상 완화에만 집중한다면, 십중팔구 요요현상이 뒤따르게 됩니다. 비만의 원인이 때로는 음식중독이거나 불안 우울의 정신적인 증상이 바닥에 깔려 있는데 이를 간과하기 때문이지요. 비만을 정신과 영역에서 다뤄야 하는 이유입니다.”

천안에 위치한 굿모닝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전미경(사진)원장은 “약물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환자의 정서적 격려와 자신감 회복을 도울 수 있는 치료가 요요현상 없이 건강하게 비만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비만은 각종 성인병을 유발하는 ‘질병’으로 질량지수 30㎏/㎡이상을 나타내는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세계비만연맹은 2025년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비만 환자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전 원장은 “비만 환자는 정신과적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우울증이나 불안·불면 등 정신과적 증상을 같이 앓고 있거나 비만 치료를 하면서 신경이 예민해지고 불면을 호소하는 등 이차적인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면서 “실제 내원하는 비만 환자의 30%가 정신과 진료를 병행하고 있다. 비만치료에서 정신과 전문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비만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로 식욕억제제나 탄수화물이나 지방이 몸에 흡수되지 않도록 하는 흡수저해제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같은 처방에만 의존한다면 환자는 장기간 약물에만 의존한 채 요요현상에 대한 불안을 잠재울 수가 없다”면서 “게다가 환자마다 약물에 대한 반응이 천차만별이어서 부작용을 대처할 수 있는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이 절대적”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몸에 영양소를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에는 도파민, 세로토닌, 오피오이드, 엔도카바노이드, 노르에피네프린, 아세틸콜린 등이 있다. 모두 정신의학과의 지식이다.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의 경우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데 세로토닌 수치가 낮은 사람들은 우울·불안 증상을 호소할 때 마다 과식을 하기 쉽다는 게 정신과적 진단이다. 그는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가 쌓이면 단 맛이 강한 음식을 먹거나 폭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이같은 증상은 세로토닌과 관련이 깊으며, 심한 경우 우울증을 동반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도파민 역시 비만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된다는 것. 그는 “도파민은 뇌 안에 보상중추와 관련이 되어있는데, 헤로인이나 코카인 등 마약 성분이 도파민을 상승키는데 도박중독, 게임중독 등도 도파민과 직결되어 있다”면서 “음식이 즉각적인 자극을 주어 강박적인 상황에서 음식을 찾게 되는 경우도 있다. 술에 중독된 것처럼 음식에 중독이 된 환자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등장하는 탄수화물 중독 등의 용어가 좋은 사례다.

그래서일까 전 원장은 비만을 치료하고자 내원하는 환자의 현재 정서적 상태를 진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비만 환자를 치료하는 데 중요한 기법이 바로 인지행동치료입니다. 사람마다 비만에 대한 정의와 개념이 서로 달라요. 바비인형과 같은 비정상적인 체형을 원하는 환자의 경우에는 음식과 체형에 대한 잘못된 생각에 빠져있는 경우이지요. 또 음식을 과다하게 섭취할 때의 정서적인 상태에 대해 자세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일시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음식을 찾는 것인지, 우울증 등 자신의 부정적인 정서로 인해 폭식을 하는지 아니면 충동적인 성향이 있어 음식섭취를 자제할 수 없는 중독증이 내재되어 있는지 혹은 폭식증이나 거식증처럼 강박적으로 먹는 것에 집착하는 성향인지 등을 정신과전문의로서 면밀하게 상담하고 있어요.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야만 환자의 상태에 맞는 진단이 나오기 때문이지요.”

본인을 문과적 성향의 의사라고 소개하는 전 원장은 고등학교때 읽었던 데미안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는 “‘모든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는 유명한 문장은 정신과전문의를 선택 한 후 오래 기억에 남는 말인데, 주인공은 알을 깨고 나오려는 고통과 노력을 거쳐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과 혜안을 얻었다”면서 “환자들이 스스로 자신이 극복하고자 하는 문제와 정서적인 증상을 마주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그래서 스스로 알에서 깨어 나올 수 있도록 옆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사람이 바로 의사이며 그 역할을 잘 하고 싶다”면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길을 선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내원환자에게 친절하고 따뜻한 그래서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편안한 의사가 되기를 소망한다”는 그는 “정신과 전문의는 진료에 대한 익명성이 보장되어야 하지만 천안에서 태어나 천안에서 자란 덕분인지 나에 대해 아는 이웃 주민이 많아서 이제는 편안한 친구 같은 혹은 가까운 지인 같은 정신과 의사 한마디로 ‘동네 의사’가 되어 환자들과 오랫동안 만나고 싶다”면서 활짝 웃었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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