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성공창업, 상권을 보라]상가 권리금과 임대료의 상관관계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

흔히 점포라고 부르는 상가의 구분된 구역은 그 점포의 위치나 입지, 유동인구, 교통 접근성 등에 따라 대우를 받는다. 당연히 위치가 좋고 노출 가시성이 뛰어나며 사람이 많이 통행하고 대중 교통 이용객이 빈번하게 이용하는 점포의 선호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우량 점포일 경우 그 가치는 역시 부동산적인 수치로 표현되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임대료와 권리금이다. 권리금은 흔히 바닥권리금, 시설권리금 등 그 점포의 임차인이 주장하는 일종의 기득권 같은 역할을 하는데 임차인이 교체될 때마다 관행적으로 주고 받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번화가 1층 점포는 권리금 거래가 필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권리금은 해당 상가뿐만 아니라 그 상가가 속해 있는 상권 지역의 명성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다. 이를테면 전통적인 광역 구도심 상권인 서울 천호역이나 노원역, 신림역 등의 메인 거리 1층 점포의 권리금은 여전히 2억~5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 권리금의 수준이 상권의 가치를 가늠하는 척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수도권 핵심 상권에서는 권리금이 눈에 띠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단지 경기 불황에 의한 창업 시장의 위축만의 이유는 아니다. 우선 주요 상권의 임대료가 너무 많이 올라서 웬만한 개인 점주가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면서 권리금까지 두둑하게 주고 장사를 하려는 임차인이 부쩍 줄어든 것이 가장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한가지는 원래 권리금 거래에 익숙한 점주들은 대개 의류, 잡화 관련 업종을 영위하는 이들인데 우리나라 의류 시장이 대형 상업시설이나 온라인을 통한 거래에 비중을 늘리면서 가두 점포에 대한 필요성이 많이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수억원씩 권리금을 주고 들어가 의류 매장을 하던 베테랑 점주들이 더 이상 상권을 받쳐 주지 못하고 있다. 이에 권리금 시세가 특히 구도심 상권에서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임대료는 엄청난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명동이나 강남역 같은 메머드급 상권 외에도 종로, 동대문, 대학로, 홍대입구, 신촌, 가로수길 등은 개인 점주가 장사를 하기 어려운 상권이 되어버렸다. 조그만한 점포의 임대료가 1,000만원에서 억대까지 하다 보니 대형 프랜차이즈 본사의 직영점으로밖에 용도가 없는 것이다.

아직 권리금이 잘 유지되는 상권은 대개 패션 상권들이다. 하지만 미래는 불확실하다. 반대로 로데오 거리나 신흥 유명 상권들은 거의 권리금이 유명무실해졌다. 오히려 임대료는 날이 갈수록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창업 시장이 양극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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