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개봉한 ‘돌아온다’(제작 ㈜꿈길제작소, 감독 허철)는 가슴 속 깊이 그리운 사람들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어느 막걸릿집 단골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어느 날 주영(손수현 )이라는 낯선 젊은 여자가 막걸릿집에 찾아오고, 막걸리집의 주인 변사장(김유석)의 숨겨진 그리움과 상처가 공개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제36회 서울연극제 우수작품상과 연출상을 수상한 동명 연극이 모티브가 된 작품이다.
허철 감독 /사진=조은정 기자
허철 감독은 어느 날 후배(리우진, 이황의)를 응원하기 위해 관람한 연극 ‘돌아온다’에 깊은 감명을 받아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한다. 동명의 연극을 영화화한 이유에 대해서 “큰 사건도 없는 막걸릿집 이야기인데 연극을 다섯 번 보면서 엉엉 울었다“며 ”왜 이렇게 눈물이 나지 생각하다보니 그게 감정이라고 생각했다”며 그 감정을 기억하며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제가 연극을 보고 영화화하고 싶었던 계기는 딱 하나인데요. 바로 감정의 힘이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라던가 텅 빈 마음을 채우고 싶어 하는 마음 말이다. 연극을 할 당시가 2015년이었는데 시대적 상황이 약간 다들 가슴 속이 비어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였거든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라 온 국민의 상실감이 더 컸던 시기이다. 그래서 저는 이 보편적인 감정을 영화로 옮겨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연극을 5번 본 뒤에 허철 감독은 선욱현 작가를 만나 솔직하게 이 원작을 영화로 만들고 싶은 이유를 말했다고 한다. “선욱현 작가님이 이 작품이 다른 매체로 확산되는 건 좋은데 ‘왜 하시려고 하냐?’ 그게 중요하다고 말하셨다. 연극을 5번 봤는데 나만 우는 게 아니라, 모든 분들이 엉엉 울더라. 그런 보편적인 그리움의 감정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씀드리니 좋다고 하셨다. 그렇게 동의를 해주셨다.”
그는 20대 때 미국 유학을 떠나 15년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옆집 사람들끼리 떡을 나눠먹던 온기는 사라진지 오래 된 것을 알고선 큰 상실감을 느꼈다고 한다. 선욱현 작가는 허철 감독의 진심에 만족해서, 영화 투자사랑 제작사 등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OK 사인을 했다고 한다.
/사진=㈜더블앤조이픽쳐스
“처음엔 절 다짜고짜 허언자로 보니 기분이 되게 나빴다. 그러다 그 간의 이야기들을 들어보니, 그렇게 대학로를 들쑤시고 다니면서 결국 없었던 일로 한 분들이 많았던 거다. 배우들이 거기에 상처를 많이 받았더라. 저 역시 거기에 대한 책임감이 커졌다. 제 후배 인 (스님 역)우진 배우가 작가도 소개시켜주고, 연극 배우들도 소개시켜 준 자리인데, 우진 배우도 면목이 안 서면 안 되지 않나. 그 뒤 돈을 노리는 제작자가 아닌 순수하게 영화를 아끼시는 분을 찾게 됐다. ”
그렇게 연극의 영화화란 약속은 제대로 지켜졌다. 17회차에 영화를 찍으면서 “마치 MT 온 기분이 들 정도로 배우들이 너무 행복해 했다“고 한다. 완성본을 보고선 ”영화에 연극 배우들이 이렇게 오랫 동안 나오는 작품은 처음이다“며 더욱 만족했다고.
영화에서 말하고자 했던 그리움이란 건 단순히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고 한국사 전체의 그리움을 건드린다. 그는 “우리가 살고 있는 터전을 잃고 공동체를 상실했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이 더 비어가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지금은 찾기 힘든, 공동체 문화를 그려내고 싶었다. 관객분들 각자 해석에 따라 자기 자신만의 그리움의 대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허철 감독 /사진=조은정 기자
‘돌아온다’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변사장과 주영이의 심정이 분절적으로 보여지다 음악과 함께 하나로 엮어지는 장면이다. 잠깐의 나쁜 감정이 가져온 결과는 괴롭고 아픈 상처로 다가오게 된다. 두 주인공들 외에도 마을 사람들이 각기 기다리는 그리움과 상처를 하나 하나 바라보다보면, 누군가의 내면 속으로 따라들어가게 된다. 이 점이 수 많은 관객들이 꽁꽁 감춰둔 그리움의 눈물샘을 자극하게 된다. 허 감독은 “잘난 사람이 아무도 나오지 않는 영화이다. 숨은 뜻이 많아서, 여러 번 볼수록 더 빠져드는 영화가 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돌아온다’ 에선 피도 안 섞인 사람들이 비어있는 서로의 가슴을 위로해주는 공동체가 보인다. 여기엔 허 감독의 진한 바람이 담겼다. “실현 가능하지 않은 동화 같은 목표라도 다 어우러져 사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고.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눈엔 막걸릿집 사람들의 모습이 꿈일 수 있고 판타지 일 수 있는데, 위로를 받으면서 훈훈한 느낌을 받아가셨으면 한다. 그 훈훈함이 다 퍼져서 간다면 좋겠다.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여러 모양의 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대로 못 살기 때문에 받는 상실감, 사고나 국가 폭력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 그런 아픈 상처를 가진 사람들에게 영화로 위로가 됐으면 해요.”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