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내실 챙기는 한중 정상회담 돼야

이동률 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사드 갈등 양국 깊은 상처 남겨
정상회담 통한 우호적 분위기
국가서 국민관계로 확장하고
북핵문제 中 대응 촉구 대신
안보협력 창의적 접근 고민을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첫 중국 방문과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는 앞서 이미 두 번의 짧은 만남이 있기는 했지만 방문 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있었다. 그런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도 우려도 크다. 지난 10월31일 양국은 교류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회복시키기로 합의했다. 근 2년간 지속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을 일단락 짓기로 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은 사드 갈등을 완전하게 봉합하고 한중 관계를 새롭게 출발시키는 확실한 계기가 돼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정상회담은 항상 성공해야 하고 많은 성과물을 생산해야 한다는 숙명을 안고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이번 정상회담은 오히려 굳이 과잉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성과를 양산하는 관행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해본다.


사드 갈등은 봉합에도 불구하고 한중 수교 25년 역사에서 가장 깊은 상처를 남긴 만큼 온전히 치유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뿐 아니라 사드 문제는 그 자체가 이미 한중 관계가 양자 차원을 넘어 국제 구조와 환경에 취약해졌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정상회담 한 차례로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다. 한중 양국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은 일단 교류와 협력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손상된 양국 국민감정을 치유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정상회담은 이처럼 경색된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효율성 높은 방법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바로 양국 관계가 완전히 정상화된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는 경계해야 한다. 이미 국가 정상 간의 특수 관계와 정상회담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외교의 취약성을 경험한 바 있다. 2013년 양국 관계의 발전은 당시 양국 지도자의 특별한 관계에서 출발해 2015년에는 역대 최상의 관계라고 과시했다. 그런데 2016년 벽두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긴밀하다던 양국 정상이 소통에 한계를 보이면서 양국 관계는 다시 롤러코스터를 탄 듯 급전직하한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정상회담으로 회복한 우호적 분위기가 국가 관계, 그리고 국민 관계로 확장되고 제도화돼 안착하는 후속조치가 더 중요하다. 양국 관계는 지난 25년의 비약적인 양적 발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충분한 내실화가 동반되지 않은 내재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양국 간 협력의 기초 체력을 든든하게 하는 것으로부터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 제2의 사드 갈등을 예방하는 방안이다.

그리고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직후 열리는 만큼 북핵 문제에 대한 논의도 불가피해졌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한중 수교 이후 지난 25년간 북핵 또는 북한 문제가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지만 성과 없는 ‘중국 역할’에 대한 기대만 키워왔다. 북한의 핵 무력이 날로 고도화되는 급박한 상황에서 어느 때 보다 중국의 역할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한 게 현실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재차 중국의 역할을 요청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양국 간 새로운 협력 방식이 논의되기를 기대해본다. 지금까지 북한이 도발하면 중국 역할론이 제기되고 기대했던 역할이 견인되지 않으면 한미일 안보 협력이라는 카드가 등장했다. 그리고 다시 ‘중국 뒷문’의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의 당초 구상대로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역할을 확보하기 위한 창의적 접근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즉 중국에 한국 역할의 중요성을 설득하고 이에 대한 지지와 협조를 요청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양국 정부가 사드 갈등 과정에서 훼손된 신뢰를 회복하고 북핵 문제가 최우선 ‘구동(求同)의 이슈’임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한중 양국이 무엇보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공동의 목표로 설정하고 협력해야 하는 파트너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때마침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바로 한반도 평화에 대한 양국의 협력 의지를 과시하는 기회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