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4분기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기여도는 -0.9%포인트였다. 순수출이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 가까이 떨어뜨렸다는 뜻이다.
순수출이 성장률을 갉아먹는 것은 최근 몇 년간 계속되는 현상이다. 순수출 성장기여도는 올해 1·4분기와 2·4분기에도 각각 -1.9%포인트, -2.3%포인트를 기록했다. 연간으로 넓혀보면 2014년 0.4%포인트 증가에서 이듬해 -1.0%포인트로 돌아선 뒤 2016년에도 -0.7%포인트로 마이너스를 보였다. 올해도 4·4분기에 큰 폭으로 반등하지 않는 이상 3년 연속 성장기여도 마이너스가 유력한 상황이다. 순수출이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은 1989~1991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 수출이 사상 최대 증가율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순수출이 성장률을 깎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반도체 착시’ 탓이 크다. 순수출 성장기여도를 볼 때는 수출의 가격 요인을 제거하고 물량만 따진다. 반면 흔히 말하는 수출 증가율은 가격이 반영된다. 그런데 수출 호조를 이끌고 있는 반도체는 전 세계적인 가격 증가로 수출금액은 많이 늘었지만 수출물량은 상대적으로 증가가 더뎠다. 실제로 지난달 우리나라의 수출금액지수는 1년 전보다 5.2% 늘었지만 수출물량지수는 1.9% 하락했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는 반도체 가격이 많이 올라서 통관 기준 수출이 좋게 나왔다”며 “성장기여도의 수출은 실질, 물량 기준이라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수출의 가격 의존도가 큰 것은 단가 급증세가 꺾일 경우 최근 호조세도 한풀 꺾일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수출은 올해 1~10월 반도체 기여율이 40.1%에 이르기 때문에 반도체가 주춤하면 수출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순수출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인 데는 수출만큼이나 수입 증가율이 큰 영향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올해 들어 경기가 회복되면서 투자가 늘어나고 반도체 제조용 장비나 소비재 수입 등이 더 큰 폭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량지수는 0.8% 상승해 수출(-1.9%)을 크게 웃돌았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