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유치원생 아들이 갑자기 아파 병원에 갔던 윤재선(39)씨는 병원 근처 공영주차장에서 주차공간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당시 여성전용주차구역에는 자리가 비어 있었지만 그 곳에 차를 세우기에 눈치가 보여 10여분 동안 빈자리를 찾아다녔다. 윤씨는 “아들에게 탈이 다급한 상황이었는데 정말 난감했다”며 “비어 있는 여성전용주차구역은 주차공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여성전용주차구역이 생긴 지 10년 가량 됐지만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여성전용주차구역은 2000년대 중반 일부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여성고객 배려 차원에서 마련했다. 이후 서울시가 2009년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를 개정하면서 30대 이상 주차 가능한 주차장에는 여성전용주차구역을 10% 이상 설치하도록 의무화했고 차츰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를 벤치마킹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여성전용주차구역 설치를 발표할 당시부터 온라인 토론 게시판에는 필요성과 실효성에 대한 의문들이 제기됐다.
여성전용주차구역에 남성이 주차하더라도 과태료 등으로 제재하진 않지만 주변의 눈치를 봐야 하는 등 보이지 않는 제약이 따른다. 때문에 여성전용주차구역은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또 여성운전자를 노린 범죄 장소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2015년 한 남성이 대형마트 여성전용주차구역에서 한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시가 여성전용주차구역 도입 이후 이에 대한 필요성이나 만족도를 조사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 10월 한 매체가 여성전용주차구역 필요성을 묻는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 200명 가운데 81%에 이르는 165명이 ‘필요없다’고 대답했고, 18%인 35명만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한 직장인 여성은 “요즘 어디를 가나 여성전용주차구역이 있는데 정말 필요해 보이지는 않는다”며 “노약자전용주차구역이나 장애인전용주차장을 더 늘리는 게 현실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공영주차장에 ‘임산부전용주차장’을 설치하기로 했다. 최근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여성전용주차구역을 임산부전용주차구역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