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교육정책 변화, 결국 집값으로

■ 다시 불붙은 강남 8학군
도곡 렉슬·래미안대치팰리스 등 실거래가 쑥쑥
"삼성동 개발·은마재건축 호재까지 겹쳐"



겨울 방학 이사철을 앞두고 강남 명문 학군 및 학원가 인근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정부가 자율형사립고, 국제고 등의 특수목적고등학교의 학생 우선선발권을 폐지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강남 8학군’ 지역으로 이사를 오려는 ‘맹모’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특목고 폐지라는 정부 정책이 오히려 강남 집값의 뇌관을 건드리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각종 부동산 규제로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려는 수요까지 겹치면서 목동이나 중계동 등 타 학군수요지보다 유독 강남 집값이 강세를 띤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도곡동 등에서 서울 주요 대학 진학률이 높은 학교에 배정받을 가능성이 있는 이른바 ‘학군이 좋은’ 아파트 단지의 전세·매매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중대부고, 숙명여고 등과 가까운 도곡동의 ‘도곡렉슬’ 전용면적 84㎡ 전셋값은 지난 10월 10억5,000만원에서 최근 11억5,000만원으로 1억원 올랐다. 이 단지의 올 7월 전셋값은 8억5,000만~10억원대였다. 매맷값도 지난 8월 14억4,000만~15억8,000만원에서 10월 15억 3,000만~15억8,000만원으로 상승했고, 최근에는 16억~17억원을 호가한다.


대치동 학원가 및 단대부고와 인접한 ‘래미안대치팰리스’의 전용 84㎡ 전셋값도 11월 중순 13억3,000만원이었으나 현재는 이보다 5,000만원이 오른 13억8,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매맷값도 꾸준한 상승세다. 전용 84㎡ 실거래가는 지난 8월 18억5,000만원에서 11월 19억5,000만원로 기록됐다.

인근 대치아이파크 전용 84㎡ 역시 지난 8월 10억5,000만원에 전세가 거래됐지만, 최근 12억원으로 올랐다. 이 단지 전용 59㎡도 9월 7억2,000만원에서 최근 8억원으로 전셋값이 치솟았다. 매매가격은 전용 84㎡가 지난 8월 12억9,000만원에서 11월 15억4,000만원으로 올랐다.

서울에서는 내년부터 자사고·외고·국제고와 일반고가 같은 날 입학지원을 받으면서 자사고·외고·국제고 탈락했을 때 학생이 원하지 않는 일반 학교로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애초에 특목고를 포기하고 학습 분위기가 좋은 강남 일반고로 지원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입시 정보에 민감한 학부모들의 문의가 늘었다”면서 “대치동 일대는 원래 학군 수요가 많았는데 정부의 특목고 폐지 방침 이후 이런 움직임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삼성동 개발 및 은마아파트 재건축과 같은 개발 기대감 역시 학군 외 쌍끌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KTX, GTX 등 광역교통망이 집중되는 ‘영동대로 지하공간 통합개발’과 같은 대형 개발 호재로 인해 삼성동을 중심으로 인근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대치동 학원가 인근의 S공인 관계자는 “최근 대치동 일대의 아파트값 상승에는 삼성동 일대 개발과 은마아파트 재건축 등의 호재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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