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당국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 구조조정 펀드 조성방안을 발표하고 이달 말 참여기관과 양해각서(MOU)를 맺을 계획이다. 본격적인 펀드 조성은 내년 상반기부터 시작되며 1차로 1조원 이후 성과에 따라 2차로 펀드를 모으기로 했다.
금융위는 시중은행 등 채권단이 기업 신용위험평가에서 B등급을 받은 기업은 정상이나 요주의로 분류할 수 있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시중은행 실무자가 요주의에 해당하는 기업을 정상으로 책정하면서 선제적 구조조정이 미뤄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실무자 입장에서 요주의로 분류하면 은행이 위험에 대비해 쌓아야 할 충당금이 여신 금액의 0.9% 이상에서 7% 이상으로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에 구조조정 대상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정상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충당금은 비용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충당금이 늘면 은행 당기순이익은 줄어든다.
금융위는 이러한 은행권의 관행이 구조조정에 걸림돌리 된다고 판단하고 요주의 기업 채권을 신구조조정 펀드를 통해 매각하고 은행이 펀드에 유한책임사원(LP)로 참여해 신규 자금을 지원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은 추가 충당금 부담이 대폭 완화된다. 금융당국은 신 구조조정 펀드의 구조를 모자(母子)펀드로 만들었다. 채권은행은 자펀드에 부실 징후 기업의 채권을 매각하고 모 펀드에 투자해 결과적으로 신규 자금을 기업 회생에 투입할 수 있도록 했다. 모 펀드는 한국성장금융이 운용하고 자펀드는 민간 PEF가 운용해 중견 이하 부실 징후 기업에 투자하게 된다.
충담금 부담에 정상과 요주의 기업 판단에 소극적인 실무자에 대한 시중은행의 성과평가 규정도 인센티브를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는 부실 징후 채권 매각에 대한 성과를 인정하지 않고 매각 후 헐값 논란이 발생할 경우 인사고과에 반영하고 있다. 은행 실무자가 부실 기업을 매각하지 않고 여신을 공급해 부실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앞으로는 부실 징후 기업 채권 매각 건수가 많으면 그 만큼 인사고과에서 인정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수익률과 안정성을 중시하는 대형 PEF를 끌어들이기 위해 신구조조정 펀드가 투자한 기업 채권의 후순위 10~15%는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투자금이 사기로 했다. 이에 대해 PEF 관계자는 “시중에 자금은 많지만 위험을 감수할 자금은 부족한 데 정책기관이 후순위를 받쳐주면 PEF 입장에서는 투자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부실징후 기업의 명단이나 채권 거래는 공개되지 않아 PEF가 일일이 찾아야 하는 불편도 해소될 전망이다. 채권은행이나 개별 기업은 부실기업이라는 낙인을 피하기 위해 자율협약 중인 기업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구조조정 적기를 놓친다는 지적이 많았다. 금융당국은 정책금융기관이 중개자가 되어 산은, 시중은행, 신용보증기금 등이 보유한 부실징후 기업 채권을 한 데 모아 PEF에 매각하는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다. 특히 단순히 정보를 모으는 기능보다 확산해 직접 매각 협상에 나서고 수익도 취하는 구조를 검토 중이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