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수장들이 잇달아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 승계과정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던진 데 이어 금융행정혁신위원회에서 CEO 경영승계 원칙과 추천절차 등을 명확하게 개선하라는 권고안이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 CEO가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사외이사가 CEO를 선임하는 현 지배구조 시스템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융사 입장에서는 해당 법률에 따라 이사회 구성을 포함해 CEO 승계후보 관리와 임원후보추천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신(新) 관치’라는 논란도 제기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의 민간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지난 9일 논의를 마무리하고 금융회사 지배구조 및 CEO 선임의 투명성·공정성 제고 방안에 대한 최종 권고안을 오는 20일께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위원들은 금융회사 CEO가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사외이사가 CEO를 선임하는 이른바 ‘회전문 인사’에 대한 문제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CEO 스스로 (자신과) 가까운 분들로 CEO 선임권을 가진 이사회를 구성해 본인의 연임을 유리하게 짠다는 논란이 있다”고 작심발언을 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임원 회의에서 “금융지주사들의 경영권 승계 프로그램이 허술한 것 같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 CEO의 연임이나 신규 선임 등 경영승계 과정에서의 실태와 문제점을 파악해 개선책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최근 지배구조와 관련된 내용을 포함한 금융지주사의 경영 실태 평가를 끝내고 해당 검사 내역을 각 기업에 통보했다. 금융당국은 이사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 후보추천 과정 등을 점검할 방침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까지 추진할지가 관심이다.
혁신위의 권고안에는 지난달 KB금융 임시주주총회에서 부결되기는 했지만 ‘노동이사제’ 도입을 통한 사외이사 선임 방식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이사제는 노조가 제3자를 사외이사로 추천해 이사회에 파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회장추천위원회에 대한 금융사 회장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회장의 연임 횟수를 제한하는 방법도 거론되나 이미 연령 상한이 있어 실효성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대해 개별 금융사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령에 따라 내부규범을 마련해 이사회 구성, CEO 승계후보 관리, 임원후보추천 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하고 있다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KB금융은 70세,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만 70세 등 연령 상한도 적용 중이다. KB금융이 윤종규 회장 연임과 허인 국민은행장을 선임하고, 우리은행이 손태승 행장 내정자를 확정하는 사례에서 봤을 때 이제 막 관치에서 벗어났는데 또다시 ‘관치금융’을 되풀이하게 된다는 반발도 나온다. 주주들이 아닌 정부에서 CEO를 정하는 시절로 돌아간다는 얘기다. 국내 금융권 CEO의 평균 임기는 3년 정도로 짧은 편이어서 실적 위주의 단기적 경영행태가 반복된다는 지적이 강했다.
KB금융은 사외이사 7명 중 6명이 내년 3월23일 임기만료여서 다시 한 번 내년 주주총회에서 갈등이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태 회장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되는 하나금융도 조만간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새 CEO 선임절차에 들어가야 해 논란이 불가피하다. 아울러 경찰이 노조의 설문조사 조작 의혹과 관련해 두 차례나 국민은행 본점을 압수수색 한 점도 그 배경에 의구심이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혁신위도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위원장인 윤석헌 서울대 객원교수는 “혁신위가 세부적인 얘기까지 하면 (금융당국이) 집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울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관치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고 밝혔다.
/황정원·김기혁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