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ICT 업계에 따르면 부처 영역 확대에 보다 적극적인 곳은 방통위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지난 6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방송·통신 융합 시대에는 방송과 통신을 구별하기 어렵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관련 조직이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분리돼 있다”며 “방송과 통신 간의 융합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거꾸로 분화된다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산업통상자원부과 미래창조과학부(현 과기정통부) 등으로 이관된 기능을 되찾아 방통위 위상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셈이다. 방통위는 방송위원회 소속 공무원이 많은 만큼 과기정통부가 담당하는 유료방송 부문을 갖고 오겠다는 의지가 특히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과기정통부는 통신 기능에 대한 규제 권한을 가져와 4차 산업혁명과 5G 도입 등으로 급변화가 예상되는 ICT 분야를 총괄한다는 계획이다. 또 연구개발(R&D) 기능을 강화해 기술 중심의 부처로서 색깔도 명확히 한다는 방침이다. 방송 기능과 관련해서도 온라인 콘텐츠와 같은 뉴미디어 분야는 진흥이 중요한 만큼 방통위 측에 내 줄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공세’로 나가는 방통위와 달리 과기정통부는 ‘수성’에 조금 더 힘을 쏟는 모습이다. 과학 기능을 독립 부처로 분리시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데다 창조경제혁신센터 기능이 문재인 정부 들어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로 넘어가면서 관련 예산도 줄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과기정통부 입장에서는 부처 규모는 유지한 채 방통위의 일부 기능을 이관받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그림일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과기정통부가 산업 진흥을 맡고 방통위가 산업 규제를 담당하는 현행 체제를 조정해 통신은 과기정통부가, 방송은 방통위가 전담하는 형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같은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방송만 전담하는 방통위의 부처 명칭이 미디어위원회 등으로 바뀔 수도 있다. 방통위로서는 가장 피하고 싶은 그림이다. 정부 조직개편안은 내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 윤곽을 마련한 뒤 하반기부터 본격 추진될 예정이지만 선거결과에 따라 개편 폭이나 일정 등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양측 간 샅바 싸움의 승부는 결국 주파수 관련 권한을 누가 갖느냐에 성패가 갈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는 주파수 관할 업무 중 통신은 과기정통부가, 방송은 방통위, 주파수 신규 할당·재배치는 국무조정실이 각각 나눠 맡고 있다. 5G 서비스 시행 등으로 주파수 배분이 ICT 분야의 핵심 이슈로 부각되는 만큼 주파수 관련 권한을 확보한 부처가 향후 ICT 산업 전반을 총괄할 가능성이 크다.
/양철민·지민구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