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2017결산:MBC] ‘파업 종료’ 드라마·예능, 심기일전이 필요해

/사진=MBC
MBC가 다소 빛을 보지 못했던 상반기를 지나 하반기에 이르러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치열했던 파업 끝에 전열을 가다듬은 MBC. 지금이야말로 여세를 몰아 ‘우리들의 마봉춘’ 타이틀을 회복할 때다.

상반기 MBC 드라마 중에는 사극의 선전이 눈에 띄었다.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과 ‘군주-가면의 주인’은 두 작품 모두 최고 시청률 14%대를 기록,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비슷한 시기 ‘미씽나인’ ‘파수꾼’ ‘자체발광 오피스’가 두 자릿수를 넘지 못하며 조용히 퇴장한 것과 비교하면 사극 장르가 효자노릇을 한 셈이다.

예능에서는 ‘나 혼자 산다’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복면가왕’ 등이 기존의 명성을 이어갔다. 특히 ‘무한도전’은 1월부터 3월까지 7주간의 휴식기를 가진 후 ‘국민의원’ 특집으로 컴백했다. 박보검, 이효리, 김수현 등 특급 게스트를 섭외하고 ‘라디오스타’에서 두각을 나타낸 배정남을 새 멤버 자리에 실험하는 시도도 이어졌다.

그런 반면, 고갈된 소재와 이로 인한 저조한 성적을 버티지 못하고 끝내 종영을 맞이한 프로그램도 있었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9년,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약 3년 만에 막을 내렸다. ‘듀엣가요제’ ‘일밤-은밀하게 위대하게’ ‘오빠생각’도 마찬가지. MBC 측은 종영 프로그램을 두고 ‘폐지가 아닌 시즌종료’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들은 없는 상태다.

2017년 MBC의 가장 큰 이슈는 단연 5년 만의 총파업이었다. 9월 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MBC 노조)는 김장겸 MBC 사장 및 경영진의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외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무한도전’을 비롯한 대부분의 인기 예능프로그램이 제작 거부로 인해 결방됐으며 시사보도국, 라디오국, 드라마국 또한 파업의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

드라마 중에는 ‘왕은 사랑한다’ 후속으로 편성된 ‘20세기 소년소녀’가 파업 직격탄을 맞았다. 첫 방송 일정이 2번이나 연기됐으며 이로 인해 후속 ‘투깝스’와 일정이 맞물리는 바람에 마지막 주에는 방송 시간을 한 시간여 앞당겨야 했다. 여의치 않은 상황 속 최저 시청률은 1.8%까지 하락했다. 먼저 출격한 ‘병원선’은 하지원의 호연으로 최고 시청률 13%까지 기록했으나 갈수록 멜로에 치중하다 결국 8%대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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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타격은 예능국에 있었다.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나 혼자 산다’ ‘복면가왕’ ‘일밤-세모방’ 등은 10주가 넘는 결방에 돌입했다. ‘라디오스타’와 ‘나 혼자 산다’ 등은 촬영분이 있음에도 방송하지 않으며 파업에 대한 결의를 보였고 이는 사상 최장 추석 연휴에도 마찬가지였다. MBC 명절 특집 프로그램의 간판으로 여겨졌던 ‘아이돌 육상 선수권 대회’는 여러 번의 연기 끝에 결국 불발됐다.

지난달 13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임시 이사회를 열어 김장겸 전 MBC 사장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곧바로 이어진 주주총회에서 해임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MBC 노조원들은 15일부터 일터에 복귀했다. ‘라디오스타’를 시작으로 ‘나 혼자 산다’ ‘무한도전’ ‘세모방’ ‘복면가왕’ ‘발칙한 동거’ 모두 정상 방송 중이며 음악만 나오던 라디오국에서도 ‘굿모닝FM 노홍철입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 등이 청취자의 품으로 돌아왔다.

주말드라마는 총파업을 기점으로 달라졌다. 주말 이틀간 앞뒤로 방송하던 것을 요일을 나눠 방송하기로 한 것. ‘도둑놈 도둑님’과 ‘밥상 차리는 남자’가 파업으로 인해 하루씩 결방하며 선택한 대안이었으나 ‘도둑놈 도둑님’ 후속으로 ‘돈꽃’이 방송되면서 새로운 시스템으로 굳어졌다. 120분간 시청자를 잡아두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현재로선 잘 해내고 있다. 토요일 방영되는 ‘돈꽃’은 16%대, 일요일의 ‘밥상 차리는 남자’는 15%대 시청률을 돌파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다만 출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평일 미니시리즈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하겠다. 먼저 ‘투깝스’는 조정석의 1인2역과 혜리의 기자 역할로 화제를 모았으나 다소 세련되지 못한 전개와 혜리의 연기력 논란으로 초반 주춤한 모양새였다. 그러나 3%대까지 떨어졌던 성적이 3주차에서 8%를 돌파한 것은 괄목할 만한 부분. 그다음 회에서 SBS ‘의문의 일승’에게 동시간대 1위 자리를 내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접전 중이니 치고 올라갈 가능성은 충분하다.

‘군주’에 이어 올해에만 MBC에서 두 작품을 한 유승호는 아직 고전 중이다. 그가 출연하는 ‘로봇이 아니야’가 지상파 3사에 tvN까지 포함한 수목극 4파전에서 시청률 3%대로 최하위를 기록한 것. 최근 방송분에서는 KBS2 ‘흑기사’가 9%까지 치고 나가 약 3배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다만 참신한 소재와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로 호평을 받는데다 ‘투깝스’도 3%대까지 떨어졌다가 8%대로 반등한 것을 볼 때, 심기일전 할 필요가 있다.

예능프로그램은 장기 결방에도 불구하고 금방 안정궤도를 찾았다. ‘나 혼자 산다’는 기존 멤버의 탄탄한 팀워크를 중심으로 시청률을 회복하는 중이고 ‘라디오스타’ 역시 스페셜 MC 체제를 이어가며 프로그램에 맞는 얼굴을 찾고 있다. 앞서 재정비 시간을 갖고 새로운 멤버를 테스트하는 등 변화를 꾀했던 ‘무한도전’도 마찬가지. 상반기에 배정남을 실험했다면 파업 후에는 조세호가 얼굴을 비추고 있다. 변화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MBC의 도약을 기대해보자.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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