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던 한국 경제가 180도 바뀌었다. 13개월째 증가 흐름을 이어가는 수출의 힘이 단연 컸다. “3년 만에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할 것”이라는 정부 예측은 이미 나왔고 무역수지 흑자도 1,000억달러에 육박한다. 경제진단도 확 바뀌었다. 10월 설비투자가 14.4% 줄고 광공업 생산도 1.1%가 줄었음에도 정부는 “세계 경제 개선에 따른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전반적인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12월 그린북)”고 했다. 경제가 탄력을 받은 만큼 웬만해서는 고꾸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묻어난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오는 2018년은 숫자 ‘3’이 들어가는 상징적 지표가 여럿 나올 것이라는 예측도 했다. 12년간이나 갇혔던 ‘2만달러’의 벽을 넘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예고했다. 경제성장률 역시 2년 연속 3% 달성을 자신한다. 2년 연속 3% 이상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달성은 2010~2011년(6.5~3.7%) 이후 7년 만이다. 자본시장에서는 코스피지수 3,000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커졌다.
1년 새 극과 극의 평가를 받을 정도로 한국 경제는 정말 바뀌었을까. 취약한 내수 탓에 우리 경제는 수출 등 대외의존도가 높다. 3·4분기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율은 84.6%. 미국(19.5%)이나 일본(21.8%) 등에 비해 크게 높고 1년 전(80.8%)보다 더 의존도가 커졌다. 3·4분기에 1.5%의 깜짝 성장을 했지만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7% 늘어나는 데 그쳤다.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0.5%포인트. 2·4분기(1.5%포인트)의 3분의1 수준이다. 무턱대고 성장을 내수에 기댔다가는 되레 고꾸라질 수 있다. 고용 사정도 비슷하다. 한동안 30만명대를 유지하던 취업자 수는 8월에 이어 10월에 다시 20만명대로 주저앉았다. 체감 청년실업률은 21.7%로 점점 나빠지고 있다. 물가수준을 고려한 가계의 실질소득은 439만1,823원(3·4분기)으로 1년 전보다 0.2% 줄었고 2015년 4·4분기 이후 8분기 연속 감소했다.
이게 다일까. 벌어서 이자도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은 2011년 2,604개에서 지난해에는 3,126곳으로 50% 가까이 늘었다. 세 곳 이상 금융사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는 390만명이다. 한은이 내년에만 두세 차례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들은 경제를 뒤흔들 뇌관이다. 더욱이 기준금리 1.25%로 18개월간의 초저금리 때도 우리 경제의 체력은 기준 미달이었다. 고통이 큰 긴축의 시대에 우리 경제가 과연 버텨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는 이유다.
결국 경제가 기댈 언덕은 수출이다. 하지만 위험요소가 있다. 먼저 환율. 미국이나 일본 등이 달러나 엔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는 반면 우리로서는 방어수단이 제한적이다. 반도체의 경기도 장담할 수 없다. 수출에 대한 전망이 갈리는 근거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부터 정규직화, 통상임금 범위 확대, 줄지 않는 규제 등 쉼 없는 기업 옥죄기가 국가 경쟁력마저 갉아 먹는 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마저 흔들릴 때, 위기 때 국가의 지갑만으로 우리 경제가 버텨낼까. 3만 달러를 눈 앞에 둔 지금, 다시 고민해봐야 할 숙제다. /fusionc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