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의 이번 방침은 ‘현대판 음서제’ 등으로 얼룩진 고용문화를 공정하게 바로 잡아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복원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다만 기존 직원이 당국의 채용 취소 방침에 반발해 행정·민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적지 않고 민간기업 채용비리 조사가 자칫 대기업 표적 사정 등의 오해를 살 여지가 있어 향후 당국의 실행 과정에서 정교하고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문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열고 최근 발표된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중간 결과에 대해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었고 일부 기관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었다. 기관장이나 고위임원이 연루된 사건이 상당수였고 채용 절차에서부터 구조적 문제가 많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비리에 연루된 임직원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엄중 책임을 묻고 부정하게 채용된 직원에 대해서도 채용 취소 등 국민이 납득할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채용비리에 대해 일회성 조사나 처벌로만 끝내지 말고 공공기관과 금융기관부터 우선 채용비리를 근절하고 민간 기업까지 확산시켜 우리 사회의 고질화한 채용비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지시도 했다. 공정한 채용문화 확립을 공정사회로 가는 출발점으로 여겨달라는 의미 부여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주요 민생 및 개혁 입법의 조속한 처리를 국회에 요청했다. 특히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은 더는 늦출 수 없는 과제”라며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단계적 시행을 시작하도록 국회가 매듭을 지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0월16일 수보회의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를 촉구하면서 “국회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행정해석을 바로 잡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던 발언과 맥을 함께한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행정해석을 고치는 방식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영세업자·중소기업까지도 대기업과 구분되지 않고 유예 등의 조치 없이 즉각 적용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문 대통령이) 이 같은 부작용을 피할 수 있도록 입법 조치로 근로시간을 합리적으로 개선해달라고 거듭 당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