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덤핑관세 부당" 금호석화, 美 정부에 제소..."더이상 못참아" 국내업체들 잇단 소송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광풍이 거세지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이 점차 대응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미국 정부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대며 잇달아 고율의 반덤핑관세를 매기자 법정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맞서는 모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지난달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미국 정부가 한국산 합성고무에 부과한 반덤핑 관세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 7월 합성고무의 일종인 에멀전 스타이렌-부타디엔고무(ESBR)를 수출하는 한국 기업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최종 판정했다. 금호석유화학과 포스코대우가 44.30%로 가장 높은 관세를 부과받았고 LG화학 등이 9.66%로 뒤를 이었다.


철강업계를 비롯한 다른 업체들도 미국 잇단 보호무역 조치 이후 법정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는 6월 미국 정부의 탄소합금 후판 반덤핑·상계관세의 부과 증거가 불충분하고 적절하지 않다는 소송을 냈다. 4월 유정용 강관에 대한 반덤핑 최종 판정을 두고 현대제철과 넥스틸도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CIT에 제소한 상태다.

업계가 이처럼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반덤핑관세가 이전보다 높게 책정된 탓도 있지만 그 기준이 자의적이라고 판단해서다. 대표적인 ‘고무줄 잣대’로 꼽히는 게 ‘불리한 모든 가용 정보(AFA)’다. AFA는 피소 업체의 조사 협조가 미진할 경우 징벌적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이에 대한 입증 책임은 피소자인 해외 기업·정부에 두면서 그에 대한 판단은 미 상무부가 한다는 점이다. 업체에서 성실히 대응하더라도 미국이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구조다. 미 정부는 금호석유화학의 ESBR에 고율에 관세를 매기면서도 이 조항을 적용했다.

미국은 수입국의 시장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판단될 때나 적용하는 ‘특별시장상황(PMS)’까지 들고 나온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자료를 일부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이전 조사 때보다 훨씬 방대한 자료를 내놓으라고 해놓고 일부라도 제출하지 못하면 관세 폭탄을 던지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은 법원 판정을 통해 반전을 기대하고 있지만 판결까지 보통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 미국의 통상 압력이 잦아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자국 산업 보호 기조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문제까지 맞물려 있는 만큼 통상 압박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