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또 LTV가 높은 주담대를 빌려줄 경우 현재 30~40% 수준인 위험가중치를 높이도록 할 방침이다. 이 때문에 은행들의 LTV 대출은 신규는 물론 만기연장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부문별 경기대응 완충자본’도 도입된다. 최 위원장은 “거시건전성 규제 차원에서 급속한 가계신용 팽창 시 추가 자본을 적립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금융권 자본규제 개편방안을 금융감독원·한국은행 등과 논의하고 있으며 최종안은 내년 초 발표된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반발하는 분위기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은 가계대출의 위험가중치를 낮추는 방향으로 가는데 우리는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최 위원장의 직접적 화법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시각도 없지 않다. 금융시장은 민감해 역대 금융당국 수장들은 ‘있는 듯 없는 듯’ 시장에 개입해왔지만 최 위원장은 현안마다 ‘돌직구’를 날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최 위원장의 최근 발언으로만 놓고 보면 시중은행들은 주담대를 통해 이자 장사만 해온 부도덕한 집단 이미지를 덧칠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 위원장은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절차에 대해 또 문제를 제기했다. 최 위원장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주인’이 없기 때문”이라며 “대주주가 없다 보니 현직이 자기가 계속할 수 있게 여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그런 부분을 지적한 것”이라며 “개선책을 강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지난달 29일 “최고경영자(CEO) 스스로 (자신과) 가까운 분들로 CEO 선임권을 가진 이사회를 구성해 본인의 연임을 유리하게 짠다는 논란이 있다”고 언급한 데 이은 것이다. 그는 당시 “유력한 승계 경쟁 후보가 없는 것도 논란”이라면서 금융지주 회장들이 연임에 유리하도록 이사회와 회장 후보 추천기구를 구성하는 등 ‘셀프 연임’을 한다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도 “(금융지주사 경영권 승계 프로그램 등을 규정한) 제도가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며 “(개선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게 당국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그러나 “(특정) 민간회사의 인사에 개입할 의사도 없고 정부는 여태껏 그렇게 해오지도 않았다”며 “특정인을 어떻게 하겠다는 의도는 아니다. 다만 이런 상황(연임의 제도적 문제)이 없다면 내가 얘기할 일도 없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그러면서 “(내 발언에) 어떤 배경이 있지 않느냐는 식으로 몰고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현재 이런 상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정부가 말한 배경”이라고 단언했다.
최 위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들이 재벌 행세를 한다는 지적에 “그런 비판도 많이 있고 상당 부분 일리가 있다”면서도 “(회장들이) 제왕적으로 행동하는지, 거기까지 관심을 가질 수는 없다”고 답변했다. 그는 “능력 있는 사람이 (회장에) 선임되고 그 사람이 제대로 평가받는 시스템을 갖추게 하겠다는 게 우리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최 위원장은 혁신성장을 위한 금융당국의 추진 방향도 강조했다. 그는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을 늦어도 내년 초 구체적으로 발표하겠다”면서 “스타트업 성장 지원을 위한 ‘혁신모험펀드’를 조속히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