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룡리 전원일기> 3. 돈벌레, 지네, 뱀… 귀촌 친구들?

전원살이 적응 쉽지 않지만
봄날 집에 찾아오는 청개구리
운좋으면 여름 반딧불이 구경에
그날을 기다리며 이 겨울 보낸다

양평 용문으로 이사와 사계절을 보냈다. 이웃들과 정 나누는 재미도 있지만 동물, 벌레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경험도 차곡차곡 쌓인다. 전원살이는 벌레들과의 싸움이라는 말이 있다.


도심 아파트에서도 바퀴벌레, 돈벌레 등과 살았는데 뭐 대수일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아이들은 지금도 돈벌레를 보면 몸서리를 친다. 그런데 지네를 마주한다면? 다른 집들은 몇 번씩 봤다는데, 우리 집엔 지금까지 딱 한 번. 그것도 생각지도 못한 싱크대 안 막걸리잔이라니.

식겁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니 어떻게 그 안에 들어갔을까 곰곰이 생각해도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다. 다시 만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뿐. 집주변에 약을 치려니 반려견이 돌아다니며 먹을까봐 그렇게 하지도 못한다. 그냥 ‘친환경구역’으로 보존할 뿐.

창고에 수시로 들락거리는 쥐, 뒷산에 출몰하는 고라니, 누가 버리고 간 듯한 유기견, 한여름 동네 도로에선 차량 바퀴에 짓밟힌 처참한 뱀도 목격할 수밖에 없다. 늦가을은 무당벌레들의 무대. 떼로 몰려다니며 창틀, 방 천장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 한 두 마리는 예쁘지만 집단으로 모여 있으면 붉은빛이 띄어 보기에 즐겁지 않다.

하지만 봄이 오면 따뜻한 햇살을 즐기며 집으로 찾아온 청개구리, 여름엔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행운까지 얻는다. 겨울 지나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건 어쩌면 꽃보다 이 친구들이 보고 싶어서 일지도. /최남호기자 yotta72@sedaily.com
따뜻한 봄날 데크 위 테이블에 앉아 햇살을 즐기는 청개구리.
카멜레온 저리 가라는 듯, 화초에 앉아 있는 청개구리가 완벽한 변장술을 보이고 있다.
어느날 아침 집 주변을 어슬렁 거리고 있는 유기견. 말라뮤트 종처럼 보이는 대형견인데 털이 오랫동안 손질을 안 한 듯하다. 키우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지만 이미 두 마리가 있어 포기. 결국 유기견 센터로 보냈는데 지금쯤 좋은 주인 만나 잘 지내고 있을려나.
앗! 이것은 뱀이다. 다른 집에서 출몰했는데 집집마다 뱀 집게 하나씩은 갖고 있다는 사실. 부부가 집에 들어오다가 나무 주변서 똬리 틀고 있던 걸 신속하게 발견해 수습했다. 저 상태로 한참을 걸어가 어딘가에 풀어줬다나. 심장 약한 분은 사진 확대 마시길..
이곳으로 이사 와서 키우기 시작한 반려견. 보더콜리와 요크셔테리어 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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