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진(56·사진) 찍스 대표는 11일 서울경제와 만나 “디지털 이미지 인화시장이 웹에서 모바일로 급속하게 이동하면서 판이 새로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IT기술의 발전은 산업 전반에 다양한 흥망성쇠 스토리를 불러왔다. 그 중에서도 사진인화 산업은 드라마틱한 변화상을 보이는 곳이다. 디지털카메라의 출현은 코닥, 후지필름 같은 전통 사진기업의 쇠락으로 이어졌고 스마트폰의 등장은 사진의 소비패턴을 극적으로 바꿔놓았다.
송 대표는 디지털의 발전이 꼭 아날로그의 소멸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사진 소비패턴의 전복이 가능하다는 전망인데 송 대표는 사진의 본질에서 근거를 찾았다.
그는 “사진의 본질은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겠다는 것으로 그 밑바탕에는 아날로그 감성이 자리 잡고 있다”며 “디지털화가 심화 될수록 그 반작용으로 아날로그 감성이 화두가 될 것이고 이 같은 관점에서 모바일 확산은 위기가 아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장년층들은 인화사진으로 과거를 추억하지만 10~20대 젊은 층들은 스마트폰으로 추억을 대체한다”며 “디지털 기술발전이 사진인화 시장의 역행 요인처럼 생각되지만 오히려 그 반대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사진 인화는 프린트하는 방식에 따라 은염출력과 디지털 인쇄 등 두 가지로 나뉜다. 은염출력은 디지털 이미지를 인화지에 입힌 후 화학처리를 통해 아날로그 사진을 완성한다. 전통적 사진인화 방식과 비슷해서 100년 가까이 보존이 가능하다. 반면 디지털 인쇄는 복사기처럼 토너를 활용하는데 인쇄용지를 다양하게 쓸 수 있으며 대량생산에 유리하다. 찍스는 이 중 은염방식만 고집하고 있다.
송 대표는 “인쇄과정이 간편하고 보급력이 좋은 디지털 인쇄방식에 비해 은염출력이 위축돼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비즈니스 이전에 사진의 본질에 가까운 은염방식을 지켜내야 한다는 기업적 사명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찍스는 지난해 9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창업 18년차 회사치고 매출성장이 다소 더뎠지만 지난 20여년 간 300여개에 달했던 디지털 인화업체가 50여곳으로 축소될 정도로 구조조정이 급박하게 진행됐던 것에 비하면 업계 상위권 기업으로 남아 있는 건 의미가 크다.
송 대표는 올해부터 좀 더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찍스는 150만여명의 멤버십 고객을 확보해놓았다. 이들을 대상으로 재구매 고객들이 주로 찾는 포토북 카테고리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서비스를 강화할 방침이다.
송 대표는 “올해는 연매출의 10% 가량을 연구개발(R&D)에 썼는데 이 같은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회사의 타깃인 20~30대 젊은 여성고객들과 소비자 관심이 높은 △결혼 △출산 △육아 △졸업 등의 테마를 중심으로 서비스 수준을 높여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