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세진 자양강장제, 몸에 毒 될라

식약처 "수출경쟁력 강화"
카페인 함량제한 연내 폐지에
오남용 조장 우려 목소리 커져
"소량이라도 장기간 섭취하면
불면증·우울증 등 부작용" 지적



정부가 자양강장제의 카페인 함량 제한을 전격 폐지키로 하면서 카페인 오남용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제약사들은 기존 식품업체와의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제도 변경을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청소년을 비롯한 국민의 카페인 오남용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르면 이달 중으로 자양강장제의 카페인 함량 제한을 폐지하는 내용으로 ‘의약품 등의 안전에 대한 규칙’을 개정할 계획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박카스’ ‘원비디’ 등 시중에 판매되는 자양강장제의 카페인 함량은 현행 1회 복용량(1병)당 최대 30㎎에서 전면 자유화된다. 자양강장제에 대한 카페인 함량 제한이 사라지는 것은 지난 1964년 제도 도입 이후 53년 만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기존 규정이 오래 전에 제정된 탓에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며 “진입장벽이 낮아지면 국산 자양강장제의 활성화와 수출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자양강장제는 크게 일반의약품과 의약외품으로 나뉜다. 일반의약품은 약국에서만 구입할 수 있고 의약외품은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일선 소매점에서 살 수 있다는 점이 차이다. 국내에 출시된 제품만 20여종이 넘고 대부분이 법규 내 최대 한도인 병당 30㎎의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양강장제의 국내 시장 규모만 연간 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동아제약의 ‘박카스D’와 ‘박카스F’는 지난 2015년 2,227억원에서 지난해 2,327억원으로 매출액이 늘었고 일양약품의 ‘원비디’도 같은 기간 400여억원에서 450여억원으로 매출이 뛰었다. 중국과 동남아 등으로 수출이 증가한 덕도 있지만 경기침체에도 자양강장제에 대한 수요는 꾸준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자양강장제의 카페인 함량 제한이 폐지되면 카페인 오남용이나 중독 문제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페인 함량이 높을수록 각성효과가 강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카페인 양을 늘린 자양강장제가 조만간 출시될 것으로 내다본다. 일부 제약사는 정부 개정안에 맞춰 신제품을 출시하기 위한 준비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안 주춤했던 국내 에너지음료 시장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것도 자양강장제의 카페인 함량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핫식스’ ‘레드불’ 등으로 대표되는 에너지음료 시장은 지난 2012년 922억원을 기록했다가 카페인 과잉섭취 논란이 일자 2015년 572억원 규모로 급감했다. 하지만 청소년들 사이에서 ‘잠 깨는 음료’로 꾸준히 인기를 모으면서 지난해 638억원으로 다시 늘었고 올해는 7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 중인 에너지음료의 카페인 함량은 평균 60㎡에 이른다.

정부가 권고하는 카페인의 하루 최대 섭취량은 성인 400㎎, 임산부 300㎎이고 어린이와 청소년은 체중 1㎏당 2.5㎎이다. 현재 기준으로도 몸무게 50㎏ 청소년이 하루에 에너지음료 1캔과 자양강장제 2병을 마시면 일일 권고량(125㎎)에 육박하는 카페인을 섭취하게 된다. 서영균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카페인은 일시적으로 잠을 쫓고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소량이라도 장기간 섭취하면 감각이 조금씩 마비되고 자극에 둔해져 결국 카페인 중독에 이른다”며 “최근에는 청소년을 중심으로 불면증, 신경과민, 우울증에 이어 자살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까지 보고되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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