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논란 끊이지 않는 가상화폐, 정의부터 명확히 해야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드디어 제도권에 첫발을 내디뎠다.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비트코인 내년 1월물은 1만5,460달러를 개장가로 첫 거래에 들어갔다. 아직 ‘화폐’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자산’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투기에 대한 우려가 높기는 하지만 신기술이 발전하면서 가상화폐 수요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판단이 힘을 얻은 결과다.


가상화폐가 미국에서 제도권에 진입한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가지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가상화폐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 당국은 가상화폐에 대한 명확한 정의도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규제의 잣대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선물거래 불허는 물론이고 법무부에서는 거래정지 같은 초강력 규제도 거론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내재가치가 없고 누구나 발행할 수 있어 신용을 보증할 수 없다는 게 주된 이유다. 최근의 가격 폭등은 투기행위에 따른 것이며 거품이 꺼지면 투자자들의 큰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똑같은 사안에 대해 한국과 미국이 전혀 다른 정책을 내놓으니 국민들로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거래를 금지한 중국과 러시아의 예를 들면서도 미국이 선물거래를 시작하고 영국이 디지털 화폐 발행을 준비하는 이유에 대해 어떤 설명도 하고 있지 않다. 가상화폐가 금융상품이 아니라면서 과세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모순도 나타났다. 가상화폐의 폐해만 강조할 뿐 다른 쟁점은 외면하고 있으니 논란만 무성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투기로부터 선량한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시장 혼란 방지가 신기술에 대한 무조건 외면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가상화폐 시장에서 나타나는 투기 광풍이 블록체인과는 무관한 투기행위에서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시대의 태동을 위한 진통인지 종합적이고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가상화폐에 대한 명확한 정의부터 내리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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