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오는 15일부터 연금저축계좌를 통한 ETF 매매 서비스를 시작한다. 투자자는 인버스·레버리지 ETF를 제외한 국내에 상장된 모든 종목에 투자할 수 있으며 연금저축계좌를 개설할 경우 연간 납입액 400만원 한도에서 세액공제 혜택도 누린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이달 말 매매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며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은 내년 1·4분기께 도입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말 연금저축계좌를 통한 ETF 투자가 가능하도록 업무지침을 마련하고 위탁매매 수수료 비용처리 문제 등을 해소했다. 다만 추종지수의 두 배로 연동되는 레버리지나 역방향으로 움직이는 인버스 ETF는 편입 대상에서 제외했으며 미수거래와 신용 사용도 금지했다.
연금저축계좌는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절세형 상품이다. 대체로 투자자들은 연금상품에 가입할 때 기간이 길어 부담이 크지만 ETF를 편입하면 유동적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상품을 운용할 수 있다. 실제로 그간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연금상품의 성과가 장기적으로 도출되기 때문에 운용사들이 포트폴리오 차별화 없이 투자금 유치에만 집중한다는 불만이 많았다. 실제로 올해 연금저축펀드의 전체 평균 수익률은 13.21%에 달했지만 유형별로 수익률 격차가 60%포인트 가까이 차이 나기도 한다.
또한 일반 펀드에 비해 수수료가 낮아 장기 투자를 할수록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장점도 있다. 그간 금융당국에서 증권사에 ETF를 사고팔 때 지급하는 위탁매매 수수료를 비용으로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업무지침이 없어 실제로 투자된 사례가 없었지만 이번에 금융당국이 이를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을 업무지침에 반영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가 커졌다. 증권사 관계자는 “연금저축은 투자 기간이 길어 ETF처럼 세금 측면에서 유리하면서도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상품의 편입이 시급했다”며 “퇴직연금은 주식형 펀드의 편입 비중이 낮아 ETF 활용이 활발하지 않았지만 연금저축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심드렁한 반응이다. 일부 증권사가 서둘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판매사들이 실제로 얻는 효용이 많지 않아 활성화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개인형퇴직연금(IRP)의 경우도 지난 2012년부터 ETF 매매가 가능해졌지만 전체 증권사 중 매매 시스템을 제공하는 곳은 미래에셋대우(구 대우증권)와 신한금융투자·삼성증권·NH투자증권 등 네 곳에 불과했다. 또한 시스템을 마련한 후에도 별다른 마케팅 등이 이어지지 않아 현재 IRP 내 ETF 편입 비중은 0~5% 수준에 그치고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나 운용사 모두 연금저축신탁이나 보험에 있는 자금을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 펀드가 ETF로 바뀔 경우 수익성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전환을 유도하지 않을 것”이라며 “ETF를 담는 개인연금랩 등의 상품을 허용해 판매사에 유인책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지혜·김연하 기자 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