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버스 옆구리 살에 찰싹 달라붙어 환하게
웃는다, 여자
얼굴 가득 새카만 먼지 뒤집어쓰고
비라도 오는 날엔 땟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는데
빗물이 눈에 들어가도 깜박일 새 없이
그저 웃으며 달리는
맵찬 겨울바람 여름 땡볕 아랑곳하지 않고
날마다 하얀 잇속 드러내고 달려야 사는 여자
산다는 건 어쩌면
종일 아슬아슬한 차창에 고단하게 매달려
웃으며 달려가는 것
노란 신호 윙크에
가다 서다, 호흡 잠시 다듬으며
누가 벼랑에 여자를 붙여놓았나. 누가 절벽에 남자를 붙여놓았나. 기쁨(喜)과 노여움(怒)과 슬픔(哀)과 두려움(懼)과 사랑(愛)과 미움(惡)과 욕망(欲)이 만다라처럼 일었다 스러지는 곳, ‘얼’의 ‘꼴’이 드러나는 모니터가 얼굴이거늘 어쩌다 아파도 아프다 못하고, 슬퍼도 슬프다 못하고, 화가 나도 화내지 못하고, 얼빠진 가면으로 웃게 되었나. 어쩌다 여리고 순한 사람들이 마음을 숨겨야 몸을 부양할 수 있게 되었나. ‘얼’과 ‘꼴’이 정직하게 이어지는 칠정(七情) 무지개의 화면조정이 필요한 세상이다. <시인 반칠환>